anxiety_for_children

 

건장한 백인 아버지와 함께 말수가 유난히 적은 남자 고등학생 한 명이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운동을 하는 친구인데 얼마 전부터 연습장에 들어서려고만 하면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떨려와서 연습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연습장에서 말고는 이런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친구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하기 싫어하거나 부담스러운 것도 아닌데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패밀리 닥터를 만나 약을 추천 받기는 했는데 어린 나이이기도 하고 앞으로 운동을 계속 해야 하는데 벌써 정신과 약을 먹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 한의원을 찾게 된 사연이었습니다.

 

아직 신체적, 정신적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특정 상황에 특징적인 증상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시험을 보려 하면, 큰 경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려 하면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손, 발에 땀이 나고 몸이 떨려 오는 것이지요. 누구나 다 긴장을 하게 되면 그런 증상들이 조금씩은 느껴지지만 어떤 친구들에겐 그 정도가 심해 일상을 계속 진행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 조건과 상황에서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좋아지구요.

 

증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 몸이 긴장상태에 이르렀을 때 작용하는 교감신경이 과다하게 항진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앞에 굶주린 불곰이 나타났을 때 상황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도망가려 근육의 혈액공급을 높이다 보니 심장이 미친 듯이 펌프질을 하게 되고 주변을 계속 경계해야 하니 잠도 안 오고 배도 고프지 않습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국에 밥과 잠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러나, 치료법은 두 가지로 나누어 집니다. 이 교감신경을 안정시키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 흥분된 교감 신경 자체에 바로 접근해서 억제해 주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교감신경을 제어하는 부교감 신경의 힘을 키우는 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불이 났는데 물을 부어 불을 끌 것인지, 아니면 불이 탈만한 소재들을 다 치워버리거나 산소 공급을 차단시켜 불을 끌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임상에서는 외향적인 성격인지, 내성적인 성격인지가 그 구별의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이 학생은 내성적인 성격에 맥박의 수가 느리고 여러모로 부교감 신경을 북돋아서 교감신경을 제어하는 치료법이 적합한 경우였습니다. 부교감 신경으로 접근할 경우의 최고의 한약재는 ‘복령’입니다. 복령을 주약재로 선정하여 처방하였고 일주일에 두 번 침치료를 시행하였습니다. 치료를 시작하고 2주정도 지나자 증상이 완화 되기 시작했고 한달 후 연습에 전혀 지장이 없게 되어 치료를 종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