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에서 공부하는 한약의 종류는 300여 개가 넘습니다. 그 많은 약재의 성질과 효능을 외우며 고생했던 숱한 밤들이 아직도 기억에 새록새록합니다. 그러나 다행히, 그리고 당연하게도 약의 성질들 간에는 공통점이 있고, 그 공통점을 중심으로 카테고리가 나뉩니다. 그럼 한약의 성질을 나누는 그 중요한 기준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약재의 맛입니다. 맛이 다르다고 효능까지 달라지나 싶으실 수도 있지만, 맛의 비밀을 알게 되면 한약의 원리를 알 수 있고, 어떤 음식이 여러분 개인에게 혹은 지금 상황에 맞는 음식인지도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매운맛
맛의 성질을 알고자 할 때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 맛을 느꼈을 때 몸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매운 고추를 먹었을 때를 생각해 보죠. 우선 정신이 번쩍 들고, 땀이 맺히고, 좀 더 지나면 콧물도 흐릅니다. "아 매워"를 연발하며 숨을 내쉽니다. 인체 내부의 혈액순환보다는 체표 쪽의 혈액순환이 촉진되는 것이지요. 땀을 낸다는 것은 몸 안에서 수렴하는 작용이 아니라 밖으로 뿜어내는 발산 작용을 한다는 뜻입니다. 숨을 내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이유로 매운맛을 지닌 한약은 주로 외부의 병균이 몸에 막 침입했을 때 자주 사용됩니다. 가장 쉬운 예가 감기인데, 감기에 쓰이는 한약재들의 맛은 대부분 맵습니다. 감기약이 없으시다고요? 라면에 고춧가루를 뿌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드셔보세요. 초기 감기라면 씻은 듯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단, 감기 초기일 때만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매운맛은 밖으로 뿜어내고, 단맛은 안에서 힘을 북돋운다.
단맛
달콤한 초콜릿이나 엿을 먹으면 우리는 기본적으로 힘이 솟는 것을 느낍니다. 단맛은 에너지, 즉 기를 북돋우는 중요한 맛입니다. 한약이 대부분 쓰다고 생각하시지만, 순수하게 몸을 보하는 보약을 먹어보면 맛이 정말 달콤하고 좋습니다. 한약이 달콤하면 보약이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 달콤한 케이크를 먹으면 "음… 맛있다"라며 긴장이 풀어지지요. '달콤한 사랑'이라는 말처럼 단맛은 긴장 완화에 아주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 긴장 완화는 단순히 정신적인 부분뿐 아니라 육체적인 부분까지 포괄하는 것이라, 근육의 긴장 즉 쥐가 나는 증상까지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한약 중에 가장 단맛이 강한 약재는 누가 뭐래도 '약방의 감초'라 불리는 감초입니다. '약방의 감초'라는 말은 다들 아시다시피 '어디에나 빠지지 않는 사람 혹은 어디에나 꼭 필요한 물건'을 가리키는데, 거의 모든 한약 방제에 이 감초가 들어가기 때문에 생겨난 말입니다. 감초의 단맛이 서로 다른 맛과 효능을 지닌 약들 간의 조화를 이끌어 내기 때문에, 감초는 약을 짓는 데 빠짐없이 골고루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떤 체질에 어울릴까
그럼 매운맛과 단맛은 각각 어떤 체질의 사람들에게 어울릴까요? 매운맛은 땀을 흘려 내고 발산 효과가 강하기 때문에 날씬한 사람들보다는 통통한 사람들에게 좋습니다. 마른 사람들은 몸의 수분을 더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고, 살이 찌신 분들은 밖으로 빼내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단맛은 당연히 항상 기운이 없고 마르신 분들에게 좋습니다. 단맛을 통해 에너지, 즉 기를 북돋우실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사탕이나 초콜릿처럼 화학적인 단맛은 일시적으로 기를 보충하지만 위를 다치게 하기 쉬우므로, 반드시 천연 음식을 통한 단맛으로 기를 보충하셔야 합니다.
이처럼 맛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의학적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신맛과 짠맛, 그리고 쓴맛까지 살펴보며 맛의 비밀을 파헤쳐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