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스트레스 레벨을 알고 계시나요?

한의원 상담실에서 "스트레스가 많으신가요?"라고 물으면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도 있나요?"라고 반문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물론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자극과 그 자극에 대한 대응이니까요. 다만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인체의 반응은 일정한 단계와 경향성을 지니며, 그 단계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의 반응 단계는 반응기(Alarm stage), 저항기(Resistance stage), 탈력기(Exhausted stage) 3단계로 나뉩니다.

반응기 — 자율신경의 일시적 흥분

우리 몸의 자율신경이 일시적으로 흥분되었다가 다시 회복되는 단계입니다. 그 상황을 벗어나면 회복되지만, 특정한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증상이 악화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입맛이 뚝 떨어진다거나, 생리 때가 되면 우울감이 심해진다거나 하는 경우입니다. 시각·소리·촉각 등의 자극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서 많이 관찰됩니다. 감정적으로 쉽게 짜증을 내거나 분노의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시호나 향부자 같은 약재로 이러한 증상들을 치료합니다.

저항기 — 혈액의 편중과 부족

스트레스 상황에 너무 오래, 혹은 과도하게 노출되어 인체가 격렬하게 저항하는 단계입니다. 특정 부위로 혈액이 몰리거나 부족하여 나타나는 증상들이 많습니다.

혈액이 몰리는 부위: 뇌(두통, 현기증 — 조구등·국화), 심장(두근거림, 답답함 — 황련·치자), 간(횡격막 압력 상승으로 숨쉬기 불편, 잦은 한숨 — 시호·황금), 근육(과도한 땀, 갈증 — 석고).
혈액 순환량이 줄어드는 부위: 위장관(더부룩·메스꺼움·신물·속쓰림 — 창출·후박), 신장(잦거나 어려운 소변, 방광염 — 복령·택사), 하복강(여성의 경우 자궁·난소·질 문제, 생리통 악화, 생리 불규칙, 임신 어려움 — 오수유·소회향).

탈력기 — 코티솔 분비의 급감

피로가 누적되어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시기입니다. 코티솔 분비가 저하되면 혈액 순환에 장애가 생기고 대사가 저하되어 신체의 활력이 떨어집니다. 극도의 피곤함, 정신적 무력감, 의욕상실이 나타나고,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혈색이 창백해지며 어지럽습니다. 여성은 생리양이 급격히 줄어들기도 하고, 식욕도 줄어듭니다. 면역력 저하로 감기가 잦고 목소리에 힘이 없으며 목이 잘 쉬고, 혈압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혈액 순환량을 늘리는 데는 당귀·천궁, 대사를 개선하고 심근 수축력을 강화해 혈압을 올리는 데는 황기·부자 등의 약재가 선택받습니다.

탈력기보다는 저항기가, 저항기보다는 반응기의 환자가 치료하기 훨씬 쉽다.

지금 내 몸은 어느 단계인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우리 몸의 반응은 이토록 다양합니다. 그 다양한 대응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내 몸이 지금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하는 반응기에 있는지, 스트레스에 오래 노출되어 혈액의 과도한 편중과 저하를 겪고 있는 저항기에 있는지 한번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탈력기까지 가면 치료 기간이 꽤 길어지기 때문에, 아직 몸이 충분한 회복력과 저항력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 저항기 즈음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P.S. 이 글의 핵심 내용은 주성완 원장의 '임상 한의사를 위한 기본 한약 처방 강의'에서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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