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개그맨 정형돈씨가 범불안장애 증세 때문에 진행 중이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예전에 한 토크쇼에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때 정서적으로 무척 불안한 상태라는 걸 느낄 수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힘든 상황인 줄은 짐작하기 힘들었습니다. 하긴 연예인이 TV 프로그램에서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남을 웃겨야만 하는 숙명을 지닌 개그맨으로서는요. 그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 참으로 많은 노력을 했을 텐데, 막상 그곳에 도달하니 언제 그 자리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힘들어합니다. 인생은 정말 이토록 잔인한 것일까요.
범불안장애와 공황장애, 무엇이 다른가
사람들은 흔히 김구라씨가 겪었다고 알려진 '공황장애'와 '범불안장애'를 혼동하곤 합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확연히 다른 증상을 보입니다. 공황장애는 특정 장소, 특정 상황 등 일정한 조건 하에서 발생합니다. 공황 발작 시에는 호흡이 곤란하고, 가슴이 답답하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땀이 심하게 나며, 죽을 것 같은 생각까지 듭니다. 그래서 공황발작과 관련되었다고 느끼는 사람 많은 장소, 좁은 터널, 지하철 등을 회피하려 합니다.
반면 범불안장애는 정형돈씨가 고백했던 것처럼 '내가 잘못되면 우리 가족은 어떡하지?', '밑천이 드러나면 어떡하지?' 같은 끊임없는 고민이 특징입니다. 물론 누구나 걱정을 안고 살지만, 24시간 내내 그 걱정에 사로잡혀 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범불안장애를 앓는 사람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합니다. 그래서 불면을 함께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정도 가정도 문제없는데 시작된 걱정
제가 치료했던 한 환자는 캐나다에서도 무척 안정되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재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고 가정적으로도 화목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갑자기 내가 암에 걸리면 어떡하지?', '자식들이 사고를 당하면 어떡하지?' — 본인도 말이 안 된다고 느끼는 걱정들인데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 체력도 정말 튼튼하고 잠도 잘 자고 있었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이 모든 걱정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정신적 증상만을 가지고 치료를 시작할 수는 없다 — 이 상태를 만들어낸 신체적 조건을 하나하나 검토하는 것이 한의학적 접근이다.
더위를 타는 체질과의 연결
이 환자를 돌이켜 보면 체력도 좋고,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변도 잘 보고 — 문제 될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추위도 안 타고, 다만 더위를 조금 탄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지 물었더니 잠깐씩 그런 적이 있었다고 했고, 혹시 그게 다 여름에 그러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환자는 몸이 너무 건강하고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 여름에 더위를 먹기 쉬운 신체적 조건을 가진 것입니다. 게다가 그해 여름은 유난히 덥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과도하게 소모되는 에너지량을 줄여주는 석고, 지모 등의 한약재를 쓰고 침 치료를 병행했습니다. 한 달 만에 모든 증상이 사라져 만족스럽게 치료를 마무리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범불안장애가 더위를 먹어서 시작되었고 이를 치료하니 정신적 불안도 함께 해소된 것입니다.
정형돈씨라면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정형돈씨는 직접 문진을 해보지 못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무한도전에서 '장 트라볼타'로 불리며 늘 변에 문제가 있다는 에피소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위장관 문제가 저명한 것이지요. 제가 만약 정형돈씨를 치료한다면 아마 장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더위를 타는지, 목은 마르지 않는지, 소변은 자주 보는지, 가슴이 답답하지 않은지 등 수많은 질문을 던져야겠지만요.
그는 고민하고 있었고, 자기를 돌아보고 있었고, 그래서 불안해했다 — 그 겸손함이 다시 그를 일으켜 세워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형돈씨의 쾌유를 빌며
저는 개인적으로 정형돈씨를 참 좋아합니다. 한 발짝씩 흔들리며 걷고 있는 우리를 닮은 그의 쾌유를 빕니다. 언제나 몸 건강, 마음 건강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