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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Reports

총명탕을 먹으면 정말로 머리가 좋아 지나요?

 

“저, 그런데 총명탕 먹으면 정말 효과가 있나요?” 허리 치료를 받고 난 환자분이 슬쩍 물어 오십니다. 한참 공부해야 하는 아이가 있는 어머님들이 자주 물어오는 질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아이가 체력이 딸려서 공부를 버거워 하든,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가 맑지 못해 공부에 지장이 생기든 총명탕은 큰 도움이 됩니다. 총명탕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지만 몇가지 다른 약재 들을 빼고 넣으면서 환자의 현재 몸 상태에 맞게 두뇌 운동을 최적화 시켜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뇌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 합니다. 뇌는 우리 체중의 2%에 지나지 않는 무게이지만 전체 혈류량의 20%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1분에 750ml의 피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하루에 1,080 liter가 되는 셈입니다. 1.8L 큰 생수병으로 계산하면 무려 600병의 피가 머리고 가야하는 것이지요. 에너지 소비량 차원에서 보면 똑같은 무게의 근육과 뇌를 비교할 때 뇌가 혈액과 산소를 근육보다 10배나 많이 쓴다고 합니다. 결국 머리를 좋게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피를 머리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체력은 ‘국력’ 이 아니라 ‘학력’ 인 셈입니다.

 

총명탕은 기본적으로 백복신, 원지, 석창포 등 머리를 맑게 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약재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총명탕의 기본 약재에 혈액의 생성에 도움을 주는 당귀, 대추 등의 한약재를 가미합니다. 뇌에 안정적으로 혈액을 공급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공부를 하다보 면 꼭 초콜렛 등 단게 땡긴다는 학생들에게는 자감초 등의 약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근래에 들어서는 체력이 부족하거나 뇌에 공급되는 혈액과 영양의 공급이 부족한 학생보다는 너무 긴장을 많이 하고 걱정이 많아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공황장애 까지는 아니지만 시험을 앞두고 너무 긴장을 하게 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에 땀이 너무 쉽게 나는 학생들은 복령과 시호 등의 약재를 복용하게 되면 쉽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긴장하게 되면 설사가 나오거나 심각한 소화장애가 발생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뇌신경 중 하나인 미주신경의 교란으로 발생하는 현상인데 반하, 황금, 황련등의 약재 등으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소화기관과 뇌는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머리를 맑게 하기위해서는 항상 소화 기관을 안정시켜 주어야 합니다.

 

신체의 신진대사가 너무 왕성해서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현대에서는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성 행동장애)로 분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정상과 ADHD를 구분하는 기준은 사실 그렇게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석고, 지모 등의 약재로 신진대사를 안정화 시켜주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몽유병이 있거나 자면서 심하게 소리를 지르는 아이에게 특히 효과가 좋습니다.

 

공부가 안되고 머리가 멍할 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혈자리도 있습니다. 정수리 부근에 있는 백회와 사신총 이라는 혈자리인데 머리를 맑게 해주기 위해 이 혈자리 들을 자극하면 도움이 됩니다. 정확한 혈자리를 찾기는 힘들테니 손가락 끝으로 정수리 부근을 톡톡톡 한동안 두드려 주시면 됩니다. 머리로 혈류량을 늘려주게 되어 순간적으로 머리가 좀 맑아짐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자주 권해주는 혈자리인데 가운데 손가락 끝 손톱 밑에 중충이라는 혈자리가 있습니다. 지식욕구를 담당하는 심포경락의 마지막 혈자리인데 이 혈자리를 손톱으로 꾹꾹 눌러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자극해 주세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솟아 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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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의 잠 못 드는 밤-불면증 이야기 3

 

‘민감한 사람들의 유쾌한 생존법(The Highly Sensitive Person)’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자 Elaine Aron은 예민한 사람임을 테스트 해볼 수 있는 몇 가지 기준들을 제시합니다. 의학적으로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되는 몇 가지만 뽑아 보았습니다.

 

*통증에 매우 민감하다.

*바쁘게 보낸 날은 침대나 어두운 방 또는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로 숨어 들어가 자극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카페인에 특히 민감하다.

*밝은 빛, 강한 냄새, 거친 천 또는 가까이에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 같은 것들에 의해 쉽게 피곤해진다.

*깜짝깜짝 놀란다.

*주변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때 긴장을 한다.

*경쟁을 해야 한다거나 무슨 일을 할 때 누가 지켜보고 있으면 불안하거나 소심해져서 평소보다도 훨씬 못한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내가 민감하거나 숫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질문들은 실제로 제가 한의원에서 환자들에게 자주 묻곤 하는 내용입니다. 일종의 심리 테스트를 하는 이유는 불면증의 유형 중에 부교감 신경 주도형 불면을 가려내기 위해서 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긴장할 때 작동되는 신경이 교감신경, 긴장이 풀리고 몸이 이완 되었을 때 작용하는 신경이 부교감 신경이라는 것을 말씀 드렸습니다. 교감 신경이 쉽게 항진되는 사람은 외향적이고, 목소리가 크고, 직설적이고, 쉽게 화가 나는 유형이 많은 반면에 부교감 신경이 튼튼하지 못한 사람은 내성적이고, 예민하며, 걱정이 많은 경우가 많습니다. 위 예시문에 해당하는 ‘민감한 사람(The Highly Sensitive Person)’인 셈이지요. 그리고 이런 분들은 살아가면서 불면증 때문에 고생할 가능성이 아주 많습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교감신경을 부교감 신경이 효과적으로 제어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면입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서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저녁 늦게 커피라도 한 잔 했다 하면 잠드는데 한참을 고생해야 하고, 눈을 감으면 이런저런 걱정들로 잠을 설치게 되는 불면의 유형입니다.

 

‘민감한 사람(The Highly Sensitive Person)’은 불면 이외에도 소화장애, 공황장애 등을 겪기 쉬운데 이분들의 의학적 특징중의 하나는 실제 인체 구조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화장애를 호소해서 위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위장 점막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요통을 극심하게 호소해서 MRI를 찍어보면 뼈나 디스크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에는 의사로부터 ‘신경성’이라는 진단을 받기 쉽상 입니다.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스트레스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지요.

 

한의학에서는 이런 환자분들을 ‘복령’이라는 한약재로 치료합니다. 복령은 베어낸 지 여러 해 지난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여 혹처럼 크게 자란 균핵입니다. 땅속 20∼50센티미터 길이에 달린 것을 소나무 그루터기 주변을 쇠꼬챙이로 찔러서 찾아냅니다. 옛날부터 오래 먹으면 신선이 되는 약으로 이름이 높은 복령은 현대적인 약리실험을 통해서도 이뇨작용, 혈당량 낮춤작용, 진정작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임상에서는 계지, 감초 등의 약재와 함께 쓰는 경우가 많은데 민감하고 걱정이 많다는 심리적인 특징 이외에도 추위를 타고, 소변을 자주 보러 가며, 심장이 쉽게 두근거린다는 신체적인 증상을 지닌 환자들에게 쓰입니다. 현대 사회가 외향적인 사람에게 점수를 더 주는 사회이고 심리적, 신체적 자극이 많은 사회이다 보니 ‘민감한 사람(The Highly Sensitive Person)’들이 일상을 살아가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많습니다. 특히 자극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잠이 들기가 쉽지 않은 날들이 많습니다. ‘복령’과 함께 평안한 마음을 유지하실 수 있기를 소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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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의 잠 못 드는 밤-불면증 이야기 2

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밴쿠버의 잠 못 드는 밤-불면증 이야기 2

 

지난 칼럼에서 불면증의 유형에는 교감 신경 주도형 불면과 부교감 신경 주도형 불면이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교감 신경 주도형 불면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먼저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이라는 인체 생리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단어가 좀 낯설 수도 있지만 결코 어려운 개념은 아닙니다.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해 보면 이해는 쉽습니다. 자 이제 여러분 앞에 굶주리고 포악한 불곰이 나타났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살려면 싸우거나 도망가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일단 도망가려면 근육의 혈액공급을 늘려야겠지요. 죽을힘을 다해 뛰어야 하니까요. 심장 박동은 당연히 올라갑니다. 한정된 혈액이 근육으로 몰리면 상대적으로 위장관에는 혈액의 공급이 줄어들겠지요. 지금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국에 배가 고프면 되겠습니까? 소화관 운동은 당연히 억제 됩니다. 잠 올까요? 뛰다 졸면 큰일납니다. 잠 절대 안 옵니다. 이게 바로 교감신경의 작용입니다.

 

교감신경의 작용을 이해하였다면 부교감 신경을 파악하는 일은 훨씬 쉽습니다. 구사일생으로 불곰에게 도망쳐 살아났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제 온몸의 긴장이 풀리겠지요. 우리 몸은 그런 긴장상태를 오래 지속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시 배가 고파오고(소화관 운동의 촉진), 심장박동도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잠도 다시 자야지요. 이렇게 흥분된 우리 몸을 다시 이완 시켜주는 것이 바로 부교감 신경의 작용입니다.

 

이처럼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상호 작용으로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조절하게 됩니다. 흥분해서 교감신경이 자극되더라도 곧바로 부교감신경이 작동해서 교감신경의 흥분을 낮추어 주는 것이지요. 낮에 화나는 일이 있어도 밤에 잠을 잘 수 있는 이유 입니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어느 순간 이 교감신경이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부교감 신경으로 제어가 되지 않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잠이 오지 않고, 가슴이 계속 두근거리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변비가 올 수도, 설사가 계속 될 수도 있습니다. 정서적으로는 화가 자주 나게 되고 그 화를 참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굴로 열이 쉽게 달아 오르고, 피부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토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렇게 교감신경이 극도로 항진되면 한의학에서는 ‘황련’이라는 약재를 쓰게 됩니다. 쓰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어 중국에서는 ‘인생이 황련처럼 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 약재입니다. 그러나 효과는 아주 탁월하여 스트레스가 많고 화날 일이 많은 현대인에게는 아주 쓰임이 많습니다. 흥이 많고 감정에 충실한 한국 사람의 정서상 교감신경이 폭주할 일이 많아서 타민족 환자들 보다는 한국 환자분들에게 훨씬 자주 쓰고 있습니다.

 

똑같이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있는 환자라 할지라도 결합하는 증상에 따라 유형을 나누어 치료를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잠이 안 오는데 추위를 많이 타고 소화가 잘 안 되는 환자에게는 계지, 인삼을 황련과 함께 처방하여 치료하게 됩니다. 불면과 변비가 함께 있는 환자에게는 대황을, 설사를 동반하는 환자에게는 반하와 생강을 넣어줍니다. 유난히 가슴이 막히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환자에게는 황련, 반하, 과루실을 처방하게 되는 것이지요.

 

요즘 한국에서 들려오는 정치 소식에 부끄럽고 화가 난다는 주변 분들이 많습니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다 보면 황련 파우더를 한 스푼씩 퍼 먹으며 읽어야 할 만큼 어이가 없는 경우가 매일매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피 흘려 가며 이룩한 민주주의가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져 버렸는가 한탄하게 됩니다. 하지만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들마저 거리로 뛰어나오게 만드는 이 분노가 종국에는 보다 정의로운 한국사회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어 봅니다. ‘민주주의 만세’를 외치는 여고생의 외침이 ‘이제 우리의 민주주의는 겨우 시작일뿐이다’라고 바뀌어 들려 옵니다. 숱한 불면의 밤들이 황련으로 잘 치료되었던 것처럼 우리의 상처 입은 민주주의도 우리의 촛불과 참여로 다시 그 푸르름을 되찾기를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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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이야기 1

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불면증 이야기 1

 

잠을 자지 못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겪지 못하는 고통에 무척이나 둔감하여 잠을 잘 자는 사람들은 불면의 고통을 쉽게 이해하기 힘듭니다. 몸이 덜 피곤해서 그렇다던지, 잠이 안 오면 책이나 보라던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쉽게 던집니다. 의학적인 치료도 어렵습니다. 수면제라 불리는 약들이 있기는 하지만 중독성이 심하고 어지럽고, 몸이 무겁고, 낮에도 몽롱하게 느껴지는 부작용들이 많습니다. 불면증 환자들이 되도록이면 수면제를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의학적인 치료도 공황장애, 우울증에 비해 치료기간이 훨씬 긴 편입니다. 하지만 몸의 치유 능력자체를 상승시키는 방법을 쓰기 때문에 부작용과 약에 대한 중독성이 거의 없는 편이라 근래 들어 점점 더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불면증은 다루어야 할 이야기가 많아 몇 주에 걸쳐 나누어 써볼까 합니다. 잠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은 본인이 어떤 유형의 불면증인지 한번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일단, 불면증을 진단할 때는 잠 자체의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신체 증상들 때문에 잠의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를 구분해 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통증이 심하면 잠에 들지 못합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온몸의 통증이 심해서 오는 불면은 잠을 치료할 게 아니라 통증을 치료해 주어야 하는 것이지요. 통증으로 인한 불면은 너무 자명한 문제라면 소화는 어떨까요? 이건 좀 복잡합니다. 왜냐하면 소화가 안 돼서 잠을 못 자기도 하지만 잠을 못 주무시는 분들은 소화기능도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이 우선인지 선후관계를 밝혀 내야만 합니다. 어쨌거나 불면의 문제가 다른 증상들로부터 기인한 것이라면 그 신체증상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통증을 없애고, 소화기 문제를 해결해 주면 됩니다.

 

잠 자체가 문제라고 진단이 되면 일단 세가지 형태로 그 증상이 나타납니다. 첫째는 잠이 드는 것이 힘든 형태입니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몸은 피곤해 죽겠는데 잠이 들지는 않습니다. 누워서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들지 않습니다. 둘째는 잠이 드는 건 어렵지 않은데 중간에 계속 깨는 형태 입니다. 몇 시간 마다 잠이 계속 깨고 꿈을 엄청나게 꾸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피로는 더 축적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새벽에 너무 일찍 깨서 다시 잠이 들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제발 6시까지만 자면 소원이 없겠다고 합니다. 잠이 3시, 4시에 깨서 출근할 때까지 그냥 멀뚱멀뚱 누워 있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가장 힘들어 하는 불면의 타입은 잠이 들기 힘든 첫 번째 유형입니다. 그래도 일단 잠이 들면 자꾸 깰지언정 잠이 들었다고 하는 안도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뜬눈으로 밤을 세운 환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하기가 힘듭니다. 잠이 들기 힘들어하는 불면은 교감신경 주도형과 부교감 신경 주도형으로 또 나누어 생각해 볼 수가 있습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은 우리 몸의 자율 신경계인데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몸의 상태를 쉽게 이해하게 해줍니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서는 교감신경이 항진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잠에 들지 못합니다. 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작동하는 것이 부교감신경인데 부교감신경이 교감신경을 제어해 주지 못해도 잠이 들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부교감 신경은 정상적인데 교감신경이 극도로 흥분되어 날뛰는 교감신경 주도형 불면이 있고 교감신경은 큰 문제가 없는데 부교감신경이 교감신경을 제어해 주지 못해 발생하는 부교감신경 주도형 불면이 있는 셈입니다. 좀 무리수를 두어서 단순화 시키자면 화가 나서 잠이 안 오는 것이 교감신경 주도형 불면이라면 걱정이 많고 생각이 많아서 잠이 안 오는 것이 부교감신경 주도형 불면입니다.

 

마지막으로 공황장애 등 다른 심리 질환과 겹쳐서 흉부에 증상이 강하게 나타날 때도 잠이 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심장이 두근거린다거나 할 때는 실제 심장에는 문제가 없다 할지라도 우리 몸은 초 긴장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잠이 들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세 번에 걸쳐 이 각각의 유형들과 그 치료법을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나긴 밴쿠버의 겨울 밤에 한의학과 함께 숙면을 이루시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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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너무 답답합니다.

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가슴이 너무 답답합니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이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가슴이 너무너무 답답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힘들다고 하는데 목소리가 높지도 않고 말이 많지도 않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우울증도 심하고 잠도 잘 못 잔다고 합니다. 얼굴에 열이 불쑥 불쑥 달아오를 때가 많고 별로 먹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머리가 자주 아프고 어지러워 공부하기 힘들 때가 많다고 하네요.

 

가슴이 답답하다는 증상은 불면,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겪고 있는 신경정신과 환자들에게는 아주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가슴을 주먹으로 쳐서 풀고 싶을 만큼 답답합니다. 약하게 나타나는 경우로 한숨을 자주 쉬는 것도 가슴이 답답한 증상 중의 하나로 여기기도 합니다. 주로 혈액 혹은 림프의 흉부 순환이 정체되어 나타나는 증상인데 이 증상의 유무가 신경정신과 질환을 구분해 내는 지표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임상에서 환자분들이 표현하는 방식은 그리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마음이 괴롭고 번잡하다. 심란하면서 가슴이 그득하게 답답하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슴이 막힌 듯 숨이 딱 막힌다. 가슴에서 열불이 나면서 화끈거린다. 가슴에서 덩어리가 맺힌 듯 하다. 가슴에서 뭐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다. 가슴이 뻐근하게 아프다. 숨이 깊이 들여 쉬어지지 않고 숨이 차다. 등등의 표현을 다양하게 내어 놓습니다. 우리는 흔히 ‘한이 맺힌다’라는 표현을 자주 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그럼 한이 어디에 맺힙니까?’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주저 없이 ‘가슴에’ 맺힌다고 답할 것입니다. 수많은 심리적 증상은 결국에는 신체적 증상으로 발현되는데 그 장소는 대부분 가슴이 됩니다.

 

가슴의 답답함을 호소하는 환자는 또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서 치료를 하게 됩니다. 크게는 분노의 감정과 함께 오는지 아니면 우울의 감정과 함께 오는지를 구분해 냅니다. 이 환자는 우울증과 함께 가슴의 답답함을 호소하였는데 이런 경우에는 ‘치자’와 ‘지실’이라는 약재를 써서 치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자는 색깔이 곱고 예뻐서 천연 색소로 옷감을 물들이거나 전을 부칠 때도 사용하는 약재인데 혈관의 울혈과 충혈을 완화시켜 주고 또한 담즙 분비를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지실은 심근을 수축시키고 심박출력을 증진시켜 흉부에서의 순환을 촉진시킵니다.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시켜 소화를 돕기도 합니다. 특히 지실의 함유성분 중의 시네프린은 항우울 작용이 강해 현재 새로운 항우울제로 연구 개발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이유로 지실은 우울감이 심하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환자에게는 거짓말 같은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이 환자도 지실과 치자가 주요 약재로 포함되어 있는 한약을 먹고 불과 며칠 사이에 많은 증상들이 호전되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신체적 증상은 어떠한 원인에 의한 심리적 증상에 기인합니다. 이 환자도 오랫동안 지속된 부모님의 불화가 그 근본 원인이었기 때문에 그 후로도 상당기간 한약을 계속 복용을 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증상군을 ‘화병’이라고 부릅니다. 억울함과 분함의 감정이 오래도록 풀리지 않고 지속되어 결국은 가슴이 답답해 오고, 열감이 치솟고, 명치가 막힌듯한 느낌이 드는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한국 여성들에게 특히 많아 미국 정신과 협회에서 Hwabyung으로 정식 등록 되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임상에서 보니 캐나다 여성들에게도 흔히 발견되곤 합니다. 말로 풀어내지 못하고 감정을 쌓아두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병이 되게 마련입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가까운 지인에게 하소연이라도 하면 훨씬 정신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수다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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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의 여름은 복분자가 익어가는 계절

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밴쿠버의 여름은 복분자가 익어가는 계절

 

블랙베리가 익어가는 것을 보고 칼럼을 준비했는데 어느덧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어 버렸습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짧았다며 아쉬워 하는 인사들이 많았습니다. 폭염이 계속된 한국에 비교하면 행복한 고민일지도 모르겠다는 위안으로 또 한번의 여름을 보냅니다. 요즘 도로가에는 블랙베리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꽤나 값나가는 과일인데 밴쿠버에서는 그야말로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블랙베리가 바로 그 유명한 ‘복분자’입니다. 한국에서 인기가 한 풀 꺾이긴 했지만 그래도 복분자 술로 그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는 그 복분자 입니다.

 

복분자의 효능은 이름을 잘 살펴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복분자(覆盆子)라는 한자를 해석하면 ‘뒤집어진다’는 뜻의 ‘복(覆)’과 ‘항아리’인 ‘분(盆)’ 그리고 ‘씨앗’ ‘자(子)’로 구성되어 있는데 말인즉슨 이 열매를 많이 먹으면 소변줄기의 힘에 세져서 오줌 항아리 즉 요강이 뒤집어 진다는 이야기 입니다. 한마디로 정력에 좋다는 말이겠죠. 옛날 신혼부부가 살았는데 어느 날 남편이 이웃마을에 볼일을 보고 돌아오다 길을 잃었답니다. 헤매다 보니 배가 고팠고 우연히 산딸기를 발견하여 허겁지겁 먹고 겨우 겨우 길을 찾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소변을 보는데 힘이 너무 세져서 그만 요강이 뒤집어 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후로 그 아내가 좋아라 하며 ‘복분자(覆盆子)’라 부르고 따다 먹였다고 합니다. 너무 지어낸 얘기 같다구요? 이야기의 진위야 가릴 방법이 없지만 그 효능을 알아낸 경위는 쉽게 짐작이 갑니다.

 

여름철 많이 먹는 과일로는 블루베리가 있는데 이 블루베리의 효능을 알아낸 경위를 복분자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재미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이었다고 합니다. 공군 조종사들은 시력이 아주 중요하여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데 한 조종사의 시력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것을 의사가 발견하였답니다. 특별히 다른 조종사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나 세심히 살펴보니 유일하게 이 조종사는 블루베리 쨈을 아주 많이 먹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블루베리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곧 시력을 좋게 하는 안토시아닌 이라는 성분을 발견하게 되어 이를 의약품까지 발전 시켰습니다. 현대의학이 새로운 성분을 발견하는 경로나 수백 년 전의 한의학이 약재의 효능을 발견하는 경로나 별로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시 블랙베리 즉 복분자의 효능으로 돌아오자면 일단 남자의 체질이 허약해 정력이 떨어진 것을 치료합니다. 당연히 조루증, 발기 부전에도 쓰이지요. 소변을 잡아주는 힘을 길러주어 어린 아이가 나이가 먹었음에도 허약하여 밤에 오줌을 싼다면 복분자가 이를 고쳐 줄 수 있습니다. 복분자도 블루베리처럼 안토시아닌 성분을 다량 함유하여 시력을 보호하고 눈을 맑게해 줍니다. 한의학에서 검은색은 신장을 의미합니다. 검은색의 복분자는 신장의 원기를 북돋울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복분자는 시고 달콤한데 또 이 신맛은 간을 충만하게 합니다. 간은 눈과 연결되어 있으니 당연 복분자는 눈을 좋게 해줄 수 있겠지요. 우리 조상님들은 ‘안토시아닌’이라는 이름만 몰랐지 이미 복분자의 효능을 모두 파악하고 잘 사용해오고 있었습니다.

 

근래에 들어서는 남성의 정자수와 운동력이 점점 줄어 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급증하고 스트레스가 많으며 컴퓨터 사용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데 에서 기인한다고 여겨집니다. 블랙베리는 이러한 현대 시대의 남성에게 아주 유용한 과일로 쓰이고 있습니다. 저는 여름이면 아내와 함께 먼지 없고 깨끗한 곳에 가서 복분자를 따다가 엑기스를 만들어 놓습니다. 물에 타서 음료수로 먹어도 좋고, 보드카에 섞어 복분자주로 먹어도 좋습니다. 손님들 오셨을 때 내 놓으면 아주 좋아하십니다. 와인에 비하겠습니까? 한가지 흠이라면 엑기스를 만들 때 다량의 설탕을 첨가하여야 하니 당뇨병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주의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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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후유증 치료하기

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하기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가벼운 차량 접촉 사고를 비롯한 교통사고 한 두번쯤은 피할수가 없어보입니다. 그러나 막연히 교통사고를 당하면 통증이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사전 지식이 없는게 일반적입니다. 치료를 잘 받기 위해서는 내가 어디가 아픈지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치료뿐만 아니라  ICBC 를 통한 보상청구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은 교통 사고 후유증에 대하여 하나하나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충격으로 인한 통증이 아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가장 많이 호소하는 통증은 일단 목과 허리의 통증입니다. 우리의 척추 뼈는 경추(목), 흉추(등), 요추(허리)로 나뉘는데 갈비뼈, 골반등의 지지대가 있는 흉추, 요추와는 달리 경추는 특별한 지지 구조물이 없습니다. 조그마한 충격에도 쉽사리 균형을 잃고 통증을 유발합니다. 근육이 긴장되어 움직임에 제한이 오게되고 근육 사이를 통과하는 신경을 누르게 되어 찌릿찌릿 전기가 오는 듯한 저림 증상이 함께 나타납니다. 허리의 통증은 좌골 신경을 압박하여 한쪽 혹은 양쪽 다리가 모두 저려오는 증상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통증의 가장 큰 특징은 밤에 그 강도가 훨씬 강해 진다는데 있습니다. 낮에는 그나마 근육쪽으로 가는 혈류량이 있어서 통증이 좀 덜한데 밤이 되면 우리 몸이 혈류를 내부 장기쪽으로 모아 오기 때문에 근육쪽에서는 혈액의 움직임이 적어지고 이에 따라 통증은 더더욱 심해지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통증을 ‘어혈’로 인한 통증이라 부르는데 ‘어혈’은 피가 뭉쳤다는 개념보다는 ‘국소부위의 혈액 순환이 좋지 않다’라고 이해하시는게 좋습니다. 온 근육에서의 혈액의 순환이 좋지 않게 되면 몸이 뻣뻤하고, 무겁고, 쉽게 피곤해 집니다.

 

다음으로는 두통, 어지러움, 이명, 메스꺼움등 자율 신경의 이상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뇌진탕이 일어난것이지요. 뇌 신경이 직접 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눈, 귀, 위장등에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어지러움은 뇌의 문제 일수도 있고 목근육의 긴장때문에도 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목을 잡으면 자연스럽게 잡혀지는 흉쇄유돌근의 긴장은 어지러움을 발생시키는 원인중의 하나 입니다. 두통과 함께 몸이 붓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수분대사를 조절해주는 림프순환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불안하고 잠을 못 자는 신경 정신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실 교통사고를 당하신 분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심각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교통사고 이후에 차의 속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가슴이 뛰고 손에 땀이 나며, 자꾸 교통사고 장면이 눈앞에 떠오르기도 하고 결국 불면증에 빠집니다.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한것이지요. 신경 정신과 환자를 많이 보다 보니 이것만으로 한의원을 찾는 분도 많이 계십니다.

 

자 그럼 이런 교통사고 후유증을 어떻게 치료할까요?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하겠지만 저는 가장 먼저 한약을 써서 대변을 보게 합니다. 한의학의 교통사고 치료는 기본적으로 타박상의 치료원칙을 그대로 가져옵니다. 조선시대에는 곤장을 맞는 벌이 있었지요. 생각보다 충격이 엄청나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정말 ‘골병’이 나서 죽게 됩니다. 이때 쓰는 한약재들은 기본적으로 혈류 순환을 늘리고 대변을 보게하는 약재를 씁니다. 그 기전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혈류 순환을 증가 시키는 약재는 대변을 보게하는 약재와 함께 쓸때 그 효과가 증폭됩니다. 특히나 교통사고 같은 급성 외상환자에게는 대변을 보게 하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부종을 함께 해소할 수도 있어 혈류장애와 림프장애도 함께 치료가 가능합니다. 교통사고후 대변이 보기 힘들거나 소변이 보기힘들어 지면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꼭 대변은 보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후 한약을 먹고 대변을 보면 미리 경고를 해 드려야 할 정도로 아주 심한 냄새가 나는 편입니다.

 

또 한가지 교통사고 후 구급치료법은 인중에 침을 놓는 것입니다. 코끝과 입술 끝 사이의 인중에 혈자리가 있는데 그곳에 침을 놓으면 타박상, 교통사고 통증을 최소화 시키고 예후를 좋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도 가벼운 교통사고를 몇번 당하였는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한 일에 인중에 침찌르는 것이었습니다. 가벼운 사고에는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혹시 교통사고가 나시면 근처 아무 한의원이나 들어가서 인중에 침 한방만 놓아 달라고 하시는것도 좋습니다. 좋은 치료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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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처럼 팔목에 묶은 실로 진맥이 가능하나요?

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드라마에서처럼 팔목에 묶은 실로 진맥이 가능하나요?

 

한의원에서 맥을 짚다 보면 ‘선생님, 드라마에서는 팔목에 묶은 실로 진맥을 하고 진단을 하던데 그게 진짜 가능한가요?’라고 묻는 환자분들이 많으십니다. 맥으로 진단을 하는 것이 워낙 독특한 한의학의 진료법이라 이것 저것 궁금한것들이 많으신가 봅니다. 사극에서 보셨던 것처럼 조선시대에는 남편 이외의 사내가 여인의 몸을 만진다는 것은 불경한 일로 여겼기 때문에 특히나 궁중에서는 한의사에게 진맥을 청하되 손목에 실을 매달고 문 밖에서 진단을 내리게 하였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렇게 진맥을 하고 병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해서 결국 병을 낫게 했다는 것이죠. 그러나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정말 한의사가 그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한 일이 실로 맥을 잡아보는 것만 이었을까요?

 

어떤 병인지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진찰의 과정이 필요한데 전통적인 한의학의 진찰의 종류에서는 보고, 듣고, 묻고, 만져보는 네가지의 진찰법이 존재 합니다. 본다는 것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 하는데 환자의 안색을 살피는 것이 가장 좋은 예일 것입니다. 얼굴이 누르스름하면 비위가 좋지 않은것이고, 창백하면 추위를 타고 있다는 등의 기본적인 진단이 가능 한 것이죠. 두 번째는 듣는 것 혹은 냄새 맡는 것인데 환자의 기침소리나 목소리를 듣고 또는 환자의 몸에 나는 냄새를 맡고 질병을 파악합니다. 마른 기침인지, 아니면 가래가 섞인 기침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병의 원인을 파악하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고 목소리의 고저로 한의사는 환자의 체력과 성격을 파악합니다. 세번째로 묻는다는 것은 여러분이 병원에서 항상 경험하는 의사의 수많은 질문을 의미합니다. 한의원에서는 꿈을 많이 꾸는지, 잘 놀라는지 등의 양방의사들이 잘 묻지 않는 질문을 많이들 경험하실텐데 그 모든 질문들이 인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져보는 즉 맥을 짚는 진찰법이 있습니다.

 

물론 의학의 경지가 높은 수준에 도달한 의사는 환자의 얼굴을 보고 걸어오는 품세만 보고도 환자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처방을 내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득도를 했다고 자신하지 않는 한 한의사들은 위의 네가지 진찰법을 모두 동원하여 환자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합니다. 궁궐에 들어간 한의사도 마찬가지 였을 것입니다. 부탁 받은 환자의 과거 병력을 파악하기 위해 과거에 그 환자를 보았던 의사를 찾아가 당시의 상태나 치료법을 물었을것이고 혹시 가족병은 없는지 그 가문의 건강상의 특징을 파악 했을것입니다. 또한 환자를 보살피는 시녀나 몸종들을 통하여 언제부터 아팠는지 지금의 증상은 어떠한지 무엇을 가장 괴로워 하는지 상세히 알아 내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실이 나오는 구멍으로 안색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서 환자의 팔에 묶인 실을 잡아 보았을 것입니다. 결국 한의학의 네가지 진찰법 중 만지는 것을 제외한 모든 진찰을 마친셈이죠. 이정도면 궁궐을 출입하는 실력있는 한의사로서는 이미 환자를 보기도 전에 처방을 내렸을 지도 모릅니다.

 

맥진은 네가지 진찰법 중 가장 난해하고 많은 경험이 필요한 진찰법입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명의 화타도 ‘맥이 가장 어렵다’라고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대 의학이, 진단 기계가 파악하지 못하는 어떤 부분을 맥진에서 느낄 수 있으니 앞으로도 맥진은 한의사들이 더욱 정진해서 연구할 분야가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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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소화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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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여성분이 소화장애를 호소하면서 한의원을 방문하셨습니다. 평소에 소화가 잘 안되고 잘 체해서 이런 저런 검사를 다 받아보고 내시경까지 해봤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는 것입니다. 소화 능력은 정서, 심리적인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내시경 검사를 통해 위장 점막에 특별한 염증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환자의 정서와 심리 상태를 파악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나요?’라고 물으니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하십니다. 스트레스가 심하지는 않는데 생각과 걱정이 많고 이유 없이 불안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자려고 누우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쉽게 잠들지 못하고 겨우 잠이 들어도 자주 중간에 깬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단 입맛부터 떨어지고 그러다 보면 체하기 쉽상이구요.

 

소화장애와 불안 그리고 불면이 함께 있는 경우에는 소화기만을 치료해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환자분은 소화장애를 주 증상으로 말씀하셨지만 실은 낮은 정도의 불안장애가 소화장애와 불면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적극적으로 심리상태를 안정화 시키는 데 주력해야 되는 것이죠. 근래 의학계에서는 뇌와 위장과의 연계관계를 설명하는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는데 연구자들은 위장을 ‘또 하나의 뇌(Second brain)’로 부릅니다. 위장 내에서 뇌에서 발견되는 신경 전달 물질이나 호르몬이 거의 모두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뇌가 위를 조절하니 불안장애를 개선하여 위장을 치료하고 반대로 위장이 뇌를 조절하기도 하니 위장을 치료해서 불안장애를 개선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영어 표현 중에 ‘butterfly sensation’이라는 게 있습니다. 캐나다 환자들은 가끔 이 표현을 쓰는데 긴장하게 되면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꺼운 증상을 위 속에서 나비가 펄럭거리는 느낌으로 묘사하는 듯 합니다. 이 느낌이 지속되면 결국은 체하게 되고 이것이 또 불면과 불안을 유발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불안과 불면 그리고 소화장애는 결국은 하나의 고리인 셈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에 주로 ‘복령’이라는 한약재로 치료를 합니다. 한의학 책에서는 복령이 치료하는 증상을 ‘悸(두근거릴 계)’라고 표현하는데 위장에서의 ‘悸(두근거릴 계)’는 ‘butterfly sensation’과 같은 의미로 읽혀집니다. 이 환자도 역시 복령을 중심으로 약재를 처방하여 좋은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한달 복용으로 위장장애는 대부분 개선이 되었고 심리적으로도 무척 안정이 되었습니다. 수면 상태도 많이 좋아지자 환자가 한달 더 복용하고 싶어해서 두 달 복용으로 치료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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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을 쉽게 하는 우리 아이, 치료도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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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백인 아버지와 함께 말수가 유난히 적은 남자 고등학생 한 명이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운동을 하는 친구인데 얼마 전부터 연습장에 들어서려고만 하면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떨려와서 연습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연습장에서 말고는 이런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친구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하기 싫어하거나 부담스러운 것도 아닌데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패밀리 닥터를 만나 약을 추천 받기는 했는데 어린 나이이기도 하고 앞으로 운동을 계속 해야 하는데 벌써 정신과 약을 먹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 한의원을 찾게 된 사연이었습니다.

 

아직 신체적, 정신적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특정 상황에 특징적인 증상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시험을 보려 하면, 큰 경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려 하면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손, 발에 땀이 나고 몸이 떨려 오는 것이지요. 누구나 다 긴장을 하게 되면 그런 증상들이 조금씩은 느껴지지만 어떤 친구들에겐 그 정도가 심해 일상을 계속 진행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 조건과 상황에서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좋아지구요.

 

증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 몸이 긴장상태에 이르렀을 때 작용하는 교감신경이 과다하게 항진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앞에 굶주린 불곰이 나타났을 때 상황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도망가려 근육의 혈액공급을 높이다 보니 심장이 미친 듯이 펌프질을 하게 되고 주변을 계속 경계해야 하니 잠도 안 오고 배도 고프지 않습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국에 밥과 잠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러나, 치료법은 두 가지로 나누어 집니다. 이 교감신경을 안정시키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 흥분된 교감 신경 자체에 바로 접근해서 억제해 주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교감신경을 제어하는 부교감 신경의 힘을 키우는 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불이 났는데 물을 부어 불을 끌 것인지, 아니면 불이 탈만한 소재들을 다 치워버리거나 산소 공급을 차단시켜 불을 끌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임상에서는 외향적인 성격인지, 내성적인 성격인지가 그 구별의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이 학생은 내성적인 성격에 맥박의 수가 느리고 여러모로 부교감 신경을 북돋아서 교감신경을 제어하는 치료법이 적합한 경우였습니다. 부교감 신경으로 접근할 경우의 최고의 한약재는 ‘복령’입니다. 복령을 주약재로 선정하여 처방하였고 일주일에 두 번 침치료를 시행하였습니다. 치료를 시작하고 2주정도 지나자 증상이 완화 되기 시작했고 한달 후 연습에 전혀 지장이 없게 되어 치료를 종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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