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입이 마르고, 눈이 어지럽고, 한숨이 나시나요?

 

‘Julie(가명)는 20대의 직장 여성입니다. 일에 대한 욕심이 많아 주어진 일은 꼭 본인이 해결해야 하고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 합니다. 맺고 끊음이 비교적 분명한 편이고 자존감이 강한 편입니다. 몇달전부터 Julie는 예전과 같지 않게 피로하고 자꾸 입맛이 떨어졌습니다. 회사일이 바빠 스트레스가 쌓이고 잘 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입이 마르고 텁텁하고 아침에는 쓴맛도 느껴집니다. 입술도 건조해서 뭔가 발라주지 않으면 심하게 텄습니다. 눈이 빡빡하고 충혈이 쉽게 되고 컴퓨터를 많이 보는 날이면 눈앞에 막이 낀듯 앞이 뿌옇게 보이기도 합니다. 말을 많이 하는 날은 너무 피곤하고 집에 돌아오면 거의 말을 안하게 되었습니다. 짜증이 자꾸 나고 한숨을 자주 쉬게 되었고 억지로 먹으면 소화가 안되는 건 아닌데 통 입맛이 없어 밥먹는게 곤욕입니다.’

 

자, Julie의 몸에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 지고 있는 것일까요?

 

지난 칼럼에서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3단계에 대해 말씀 드린적이 있습니다. 반응기(Alram stage)와 저항기(Resistance stage) 그리고 탈력기(Exhausted stage)였지요. Julie는 지금 자율신경이 흥분되어 있는 반응기(Alram stage)의 증상들을 보이고 있는 셈입니다. 이때는 특정한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증상이 악화됩니다. 일이 많아지면 더 입맛이 떨어지고 더 한숨을 쉬게 되지요. 시각, 소리, 촉각등의 자극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눈이 어지럽고 이명이 생기기도 하지요. 감정적으로 쉽게 짜증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너무나 다양하여 반응하는 양상이 이처럼 보편적인 증상으로만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쉬운 예로 현대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먹게 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동물들은 일반적으로 다치거나 아프게 되면 밥을 먹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 몸의 저항능력을 끓어 올리려는 것이지요. 사람도 동물인지라 그렇게 반응하는게 일반적인 대응일텐데 워낙 뇌와 정신의 영역이 커져 있는지라 오히려 더 먹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어쨌거나 한의사로서는 일단 보편적인 증상을 먼저 확인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증상이 입이 마르고 쓴맛이 나는 것입니다. 침에는 당분을 포함하고 있는 면역물질 IgA가 적정량으로 분비되고 있는데 그 분비량이 줄어들면 입에서 쓴맛이 나는 것이지요. 결국 입에서 쓴맛이 난다는 것은 면역력이 저하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눈이 어지러운 증상입니다. 이 증상은 어지러움 뿐만 아니라 아주 다양하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눈이 자주 피로하다. 침침하다, 시력이 저하되었다, 글씨가 퍼지거나 흐려보인다’ 등으로 표현됩니다. 특히나 빠르게 지나가는 물체를 보면 눈이 쉽게 피로해 진다는 환자분들이 꽤 있습니다. ‘차를 타면 눈을 감아야 편하다. 기차의 역방향 좌석을 탈수가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꼭 확인하는 증상은 ‘한숨을 자주 쉬는가?’입니다. 본인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같이온 동행자가 확인해주거나 나중에 주변사람에게 물어봐서 확인해 주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스트레스가 가슴에서 림프액의 흐름이라든지 간문맥 혈액의 흐름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횡경막의 압력에 미세하게 변화를 일으켜 나타나는 증상이 아닐까 유추하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체크하는 좋은 지표가 됩니다. 더불어 환자의 배를 체크할때  저는 항상 갈비뼈 밑을 눌러 통증의 정도를 확인하는데 이 또한 한숨과 함께 인체의 상태를 알려주는 좋은 지표가 됩니다.

 

이러한 주요 증상들이 확인되면 저는 ‘시호’라는 약재를 씁니다. ‘시호’와 함께 불안, 초조, 긴장, 우울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짝궁으로  ‘작약’ 이라는 약재도 함께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호는 신경정신과 질환이외에도 항염증 작용이 강하여 어린이들의 감기약으로도 상용되고 있고 간질환에 유효하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증명이 되어 있어서 이 분야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한약 중에서 인삼 다음으로 많이 연구되는 약재이지요. 제가 임상에서 보는 환자의 절반은 이 시호를 쓴다고해도 무방할 정도로 현대인의 질병에 탁월한 약재 입니다. 스트레스로 피로하고 입이 마르며 입맛이 떨어지고 자꾸 한숨이 나오시면 한의원을 찾으세요. 반응기의 질환들은 쉽게 치료되며 더 큰 질병으로 바뀌는 것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봄에도 언제나 몸 건강 마음 건강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