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 더운날에 뜨거운 삼계탕을 먹는 이유.

 

 

드디어 밴쿠버에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날이 이렇게 더워지니 시원한 냉면이 생각나고 또 한편으로는 뜨거운 삼계탕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음식이 떠오르시는지요. 더운 날 시원한 수박과 팥빙수로 몸을 식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뜨거운 삼계탕으로 몸을 덥히는 것을 우리는 ‘이열치열’이라고 부릅니다. 열로서 열을 치료한다는 뜻이지요. 직업이 한의사다 보니 지인들로부터 도대체 ‘이열치열’이 의학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고는 합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일단 더위, 즉 열에 대응하는 인체의 반응을 살펴보지요. 인간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온 동물입니다. 따라서 외부의 온도가 과도하게 올라가게 되면 이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더 하게 됩니다. 에너지가 더 소모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체온을 식혀주는 가장 기본적인 신체 메커니즘은 ‘땀’입니다. 물이 증발하면 주위의 열을 빼앗아 가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신체로서는 진액이 손상되는 결과에 직면하게 됩니다. 조금 흘리는 땀 정도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과도하게 땀을 흘리는 경우에는 전해질 불균형을 포함한 다양하고도 심각한 증상들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더운 여름에 신체가 맞닥뜨리는 가장 일반적인 위험은 바로 ‘에너지 소모’와 ‘진액의 손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진액의 손상을 막기위해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 주고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잘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수박과 팥빙수를 여름에 많이 찾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합니다. 잘 먹어줘야 하는데 날이 너무 더워지게 되면 입맛이 떨어지게 되고 너무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 설사를 자주 하게 되어 오히려 영양분을 흡수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겨나는 것이지요.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날이 더워지면 우리의 피부는 뜨거워 집니다. 이때 우리 몸의 내부는 어떨까요? 함께 뜨거워 질까요, 아니면 반대로 차가워 질까요? 조금 전에 말씀 드렸듯이 날이 더워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춰주기 위해서 땀을 내게 됩니다. 땀을 낸다는 것은 피부로 혈액이 더 몰린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런데 우리 몸의 혈액의 양은 정해져 있기에 표피로 혈액이 몰리면 반대로 인체 내부의 혈류량은 줄어들게 됩니다. 특히 위장관의 혈류량이 일차적으로 떨어지는데 위가 제대로 일을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위 기능이 정상적이지 못하면 당연히 입맛은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또 차가운 음료와 과일을 과다하게 먹다 보면 이미 혈류량이 떨어져 있는 위장관의 온도를 급격하게 낮추게 됩니다. 너무 낮아지면 이번에는 온도를 올리기 위해 떨게 됩니다. 추울 때 우리가 몸을 떠는 것처럼 위장관도 떨게 되는 것이지요. 위장관의 운동이 항진되면 그게 바로 설사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경험적으로 이를 알아챈 우리 조상님들은 무더운 여름에 오히려 따뜻한 음식을 먹어 위장을 덥혀줘야 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더운 여름에 차가운 음식을 먹을게 아니라 오히려 따뜻한 음식을 먹는다는 ‘이열치열’의 원칙을 세운 것이지요. 그리고 이 원칙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음식을 찾습니다. 고기 중에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성질을 지녔다고 여겨지는 닭, 에너지와 진액을 보충해줄 수 있는 인삼, 그리고 땀을 조절해 줄 수 있는 기능을 가진 황기를 조합하여 탕을 끓입니다. 그것이 바로 ‘삼계탕’인 것입니다.

 

 

밴쿠버의 여름은 습도가 그렇게 높지 않아 땀을 통해 소모되는 진액은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해가 늦게까지 떠 있어 활동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모 많은 편입니다. 밴쿠버에서 나는 제철 과일들을 충분히 먹어 진액을 보충해 주고 삼계탕을 통해 위장관의 온도를 유지시키며 에너지를 넉넉히 채우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그럼 이제 겨우 시작된 여름을 만끽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언제나 몸 건강 마음 건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