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는 수만가지 답이 존재합니다.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나름 의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정답이 존재할 수 없는 질문에는 가장 납득할 만한 답변을 끊임없이 추구하는것이 최선이 아닐까 합니다. 이 글은 그렇게 찾아가는 길의 과정 어디쯤에 제가 있는지 를 확인하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왜 음양으로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려 했을까?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사람들은 우주의 원리, 자연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법칙을 찾아내려 노력하였습니다. 철 학과 과학의 발전은 그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양과 서양은 처음 시작했던 질문이 좀 달랐습 니다. 일단 서양부터 한번 살펴 보죠.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던졌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아마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나?’였던 것 같습니다. 탈 레스는 물이라고 대답하였고 헤라크레이토스는 불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기원전 4세기 아리스 토텔레스에 의해 4원소설로 정립이 됩니다. 물질의 기본이 네 가지 물질인 흙, 물, 불, 공기라는 것이지요. 이것 이 중세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들에게 이들의 답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나?’라는 그들의 질문인 것이지요. 이 질문은 근대 과학의 발전과 함께 이렇게 바뀌어 갔습니 다. ‘물질을 쪼개고 쪼개면 어떻게 될것인가? 마지막 남은 그 물질이 바로 우주를 이루는 기본 구성요소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해서 발견된 것이 바로 원자이고 핵이고 소립자 입니다.
그렇다면 서양의 철학자들이 유레카를 외치며 가장 기본이 되는 물질을 찾고 있었을때 우리 동양의 철학자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을까요? 답변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동양철학의 가장 오랜 고전, 공자가 가죽끈을 세번 이나 끊어지도록 탐독했다는 책의 제목에 있기 때문입니다. ‘ ’ 바로 ‘변화’ 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세상은 끊임 없이 변화 한다는 대원칙하에 그 변화의 어떤 법칙을 찾고자 노력 했던 것이죠. 무엇이 애초에 동양과 서양이 우 주의 원리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질문을 하게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한가지는 이후 역 사에서 서양은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나?’ 라는 질문에 동양은 ‘변화의 법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로잡 혀 철학과 과학을 발전 시켰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모순적이게도 우리는 물질을 쪼개고 쪼개면 어떻게 될것인가에 대한 서양의 질문에 대해서는 아주 친숙 합니다. 우리는 이미 고등학교 과정에서 원자 핵 중성자등을 배웠고 화학시간에 칼슘, 칼륨, 나트륨으로 이어지 는 주기율표를 달달 외우기 까지 했습니다. 그럼 ‘변화의 법칙’이라는 동양의 질문에 대해서는 무엇을 알고 있나요? 사실 우리는 한의사로서 이미 많은 것을 배워왔습니다. 음양, 삼음삼양, 팔괘, 오행 등등… 이제 그것들을 ‘변 화의 법칙’이라는 하나의 실로 꿰어 맞추기만 하면 될것 같습니다.
자, 그럼 다시 본격적으로 동양의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서양이 물질의 최소단위로 흙, 불, 물, 공기를 찾았을 때 동양은 변화의 최소단위로 무엇을 찾았을까요? 지금 고민해도 그리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 다. 변화라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지의 움직임이 필요하지요. 그렇다면 변화의 가장 기본은 ‘움직이다’와 움직임이 없는 상태, ‘정지하다’가 아닐까요? 그런데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물질의 최소단위에는 짝이 없지만 변화의 최소단위에는 대부분 짝이 필요합니다. 정지하다:움직이다, 모이다:흩어지다, 수렴한다:발산한다, 압축된다:팽창 한다, 감쇄한다:증폭한다. 이런 움직임의 짝으로 변화의 최소단위를 상정하지 않았을까요?
故積陽爲天, 積陰爲地. 陰靜陽躁, 陽 陰 ,陽 陰藏. 陽化氣, 陰成形.
양이 쌓이면 하늘이 되고, 음이 쌓이면 땅이 됩니다. 음은 정적이고 양은 동적이며, 양이 생하면 음이 자라고 양이 쇠하면 음도 쇠합니다. 양은 기로 변하고 음은 형체가 됩니다.
– 황제내경 음양응상대론 중 –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처음 한의학을 공부할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로 십여년의 서양과학교육으로 인한 물질 중심의 사고관이었습니다. 저 위의 글을 읽는다면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도 음과 양이 어떤 물질 혹은 어떤 상 태를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동양철학이 변화의 법칙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움직임을 물질로 설명해 내는 것은 극히 모순 적입니다. 예를 들어 ‘뛰는 행위’를 언어적으로 설명해 봅시다. 국어 사전에 ‘뛰다’의 정의를 보면 ‘발을 몹시 재게 움직여 빨리 나아가다’라고 나와있습니다. 대부분 동사 적 표현이죠. 사실 변화를, 운동을 언어로 정의 내리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물질이나 명사는 사진이나 그림으 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변화나 동사는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아! 방법이 하나 있기는 있습니다. ‘동영 상’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아무튼 변화를 동사가 아닌 명사로 설명해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음양을 물질이나 상태 즉 명사나 형용사가 아닌 변화, 움직임의 동사로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 고민은 민족의학신문에 ‘물리의 의학’을 이야기하며 한의학에 대한 물리학적 접근과 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장 혜정 한의사의 글에서 배운것입니다. 제가 이 글에서 논하고 있는 대부분의 개념과 접근 방식은 장혜정 한의사의 블로그를 보고 제 나름대로 소화시킨 것임을 미리 밝혀 드립니다.
그럼 일단 위에 언급한 내경의 문장을 한 번 이해해 볼까 합니다. 앞서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동양의 접근방식은 변화 이며 그 변화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동영상’으로 사고하는 것입니다. 양이 쌓이면 하늘이 되고, 음이 쌓이면 땅이 된다는 문장은 어떤 동영상을 연상하면 될까요? 하늘과 땅의 생성 곧 빅뱅 이후의 우주 탄생 과 정의 동영상을 한번 떠올려보죠.
빅뱅이후 우주 먼지 상태에서 일정 방향으로 먼지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일정방향으로 움직이기 시 작하면서 어떤 모양이 나타나고 거듭 돌면서 띠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어떤 부분은 뭉치게 되고 그 뭉 친부분들은 중력을 가지게 되어 주변 물질들을 끌어들여 점저커지고 먼지가 사라진 주변은 깨끗하게 맑아집니 다.
자 이런 동영상을 생각하면서 내경의 문구에 접근해 봅시다. 양이 쌓인다는 것은 저 동영상 속에서는 움직임이 가속된다로 이해하면 될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음이 쌓인다는 것은 멈추고 뭉치는 것으로 해석할 있을 것입니다. 陰靜陽躁, 아예 그렇게 정의 내려 주고 있지요. 陽 陰 ,陽 陰藏, 흐름이 가속화 되면 한편으로 뭉치는 것도 점 점 커지죠. 흐름이 늦추어 지면 뭉치는 것도 작아 지구요. 陽化氣, 陰成形, 움직이고 흩어지면 흐름(기)가 만들어 지고, 뭉치게 되면 shape을 만들어 냅니다.
저는 음과 양을 환자들에게 설명할때 쉽게 음은 물질이고 양은 에너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줍니다. 촛불을 비유 하면 몸통은 음이고 불꽃은 양이라구요. 사실 그것이 음과 양에 대한 제 이해의 첫단계 였습니다. 그러나 한의학 의 용어는 대부분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변화를 설명한다는 사실을 깨닳고 부터는 제가 이해한 음양이 음양의 일부분이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阳=热=清=躁의 방향성없는 동일함이 아니라 움직이고, 흩어지고, 팽 창하기 때문에 뜨겁고, 맑고, 조급해 지는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맞다라는 결론에 이른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정지하고, 모이고, 압축되니까 차갑고, 탁하고, 고요해 지는 것이지요.
이것이 지금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음양의 이해입니다. 삼음삼양에 대한 이러한 개념적 적용에 앞서 제가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으로 바꾸어야만 했던 인식의 전환을 다시 한번 정리 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물질 중심의 사고를 버려라. 한의학은 철저히 변화에 대한 학문이다. 오행은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처럼 세상이 목화토금수 네가지 물질로 구성되었다고 설명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자연의 변 화 형태를 목화토금수로 형상화 시켜 놓은 것이었죠. 삼음삼양, 6경변증, 기의 흐름 등등, 한의학은 고정된 물질 중심이 아니라 살아 꿈틀거리는 자연과 인체의 변화와 흐름에 대한 학문입니다.
둘째, 변화는 명사로 설명하기 힘들다. 한의학의 용어는 동사로 생각하고 동영상을 떠올려라. 한의학 용어를 명 사로만 사고 한다면 뒤에 다룰 태양이 한수인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음양은 어떠한 것(물질, 명사)이기 전에 어떠한 변화(변화, 동사)입니다. 고전의 해석이 막힐때는 이처럼 바꾸어 생각하여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셋째, 음은 정지하고, 모이고, 수렴하고, 암축하고, 감쇄하는 변화를 의미합니다. 양은 움직이고, 흩어지고, 발산 하고, 팽창하고, 증폭하는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것이 음양을 이해하는 첫 단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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