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아십니까?

 

한의원을 개원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때로 기억합니다. 한 40대 남성이 불면과 불안함을 호소하며 내원했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어릴적 납치를 당했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의 첫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환자였지요. 이처럼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은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심리적 외상을 받은 뒤에 나타는 여러 증상들을 이야기 합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꾸만 사고 장면이 떠오르고, 깜짝깜짝 자주 놀래며 두통, 소화불량, 위통등을 겪을 수도 있고 때로는 알콜 중독이나 약물 중독에 빠지기도 합니다. 주로 일상 생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사건들, 예를 들어 전쟁, 테러, 고문, 강간, 인질 사건, 소아 학대, 자동차, 비행기 등에 의한 사고 그리고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사고를 겪은 뒤에 발생합니다.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캐나다에서 별로 만날 기회가 없을것 같았던 PTSD 환자는 뜻밖에도 이후 종종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바로 ‘자동차 사고’ 때문이었습니다. 얼마전에도 한 여성 환자가 자동차 사고 이후 극심한 불면을 겪고 있다며 찾아 왔습니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잠을 못 이루고 혼자서는 신호등을 건너지도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일도 아닌데 깜짝 깜짝 놀라고 심장이 심하게 두근 거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형적인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이지요. 가벼운 접촉 사고 정도로는 발생하지 않지만 심한 충돌을 경험한 이후에는 곧잘 이러한 증상들을 호소하는 편입니다. 물론 ‘자동차 사고’ 말고도 다른 예도 많았습니다. 같은 사무실을 쓰는 직원이 퇴근후 홀로 남아 그 사무실에서 자살을 해 버린후 힘들어 환자도 있었고 가족중 한 분이 실제로 피살된 후 탈모가 시작된 환자도 있었습니다. 사고는 너무나도 자주 일어나고 있었고 심리적 외상을 받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한의학은 이런 질환을 어떻게 치료 할까요? 일단 한가지 대전제는 비슷한 심리적 외상이라 할지라도 그것에 대응 하는 인체의 반응은 개인마다 각각 다르다는 것입니다. 말인즉슨, 같은 차를 타고 있다가 함께 교통사고가 났을 지라도 각기 다른 증세가 나타날 수 있고 이에따라  각기 다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이 일정한 패턴은 존재합니다. 모든 외부자극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고 쉽게 심장이 두근 거리며 소변을 자주 급하게 보러 가는 환자에게는 ‘복령’이라는 약재를 중심으로 처방을 구성합니다. 입이 자주 마르고 쓴맛이 나며 피로하면 눈이 어지럽고 호흡이 짧아져 한숨을 많이 쉬는 환자에게는 ‘시호’라는 약재를 주 약재로 씁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불쾌하고 사람을 조급하게 만드는 갑갑한 느낌을 호소하는 환자(어찌 설명할지 몰라 하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는 ‘치자’를 쓰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침치료는 가슴의 흐름(혈액, 진액, 림프액 등등의 흐름)을 촉진시켜 주고 막힌부분을 뚫어 줄 수 있는 혈자리가 많이 쓰입니다. 정신과 질환의 대부분은 가슴에서의 흐름이 정체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과부화된 교감 신경계를 안정시켜 줄 수 있는 혈자리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긴장했을때, 싸울때 작동하는 자율 신경계인 교감신경을 안정화 시킨다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이 떨리고, 손에 땀이 나는 증상들을 잘 치료해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 몸이 외부자극(심리적 외상)에 반응 하는 양상의 패턴을 발견하고 그 반응을 정상화 시켜 줄수 있는 약재들과 혈자리를 찾아내 인체에 적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치료의 핵심일 것입니다.

 

지난 2,000년 동안 한의학은 꾸준히 진화 하였습니다. 현대 한의학은 한의학의 관점을 유지한채 현대의 과학언어로 인체와 질병을 설명하고 치료를 표준화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신경정신과 질환은 마음의 증상이 우선하지만 항상 몸의 증상과 함께 나타납니다. 이 증상들의 결합 패턴은 이미 지난 2,000년의 임상 관찰을 통해 대부분 밝혀져 있습니다. 마음만 보고 있으면 너무나 다양하고 개인의 편차가 심하지만 몸의 증상과 결합되는 패턴은 그나마 파악하기가 조금은 수월합니다. 그리고 몸을 치료하면 마음도 함께 치료가 되는 것이구요. 한의학과 함께 언제나 몸 건강 마음 건강 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