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스트레스와 소화불량의 악순환
“선생님, 소화가 잘 안됩니다.”
많은 분들이 진료실에서 저에게 꺼내는 첫마디 입니다. 하지만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은 한 두 가지가 아니라 우리는 더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일단 명치끝이 막히고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부룩하고 답답하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가슴에서 막히는 느낌이 난다고 호소하는 환자분들도 계십니다. 한의사에게 막히는 위치가 가슴인지 아니면 명치인지는 상당히 중요한 지점입니다. 다음으로는 복부 팽만감이 있습니다. 가스가 차 오르는 것이지요. 느낌뿐만 아니라 실제로 배가 솟아오르기도 합니다.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복통은 소화불량의 단골 증상입니다. 다만 콕콕 찌르듯이 아픈지, 쎄하게 아픈지, 우리하게 아픈지, 경련이 있는지, 쥐어 짜듯이 아픈지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잦은 트림을 호소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일상 생활에서 민망할 정도로 트림을 자주해서 고쳐달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다루었던 속쓰림도 소화불량의 대표증상이지요. 신물이 넘어 온다고 하시기도 합니다.
자 그럼 이렇게 다양한 증상들을 어떻게 구분하고 분류해서 치료할까요? 일단 판단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염증’의 유무입니다. 일반적으로 소화불량 증세가 심하신 분들은 대부분 위내시경 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고 오시는데 절반의 환자분들은 “선생님, 내시경으로 봤는데 아무 문제없다고 합니다.” 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처럼 염증이 없는데도 나타나는 소화장애를 ‘기능성 소화장애’라고 합니다.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신경성 소화장애’ 혹은 ‘과민성 소화장애’라고도 불립니다. 오늘 칼럼의 주인공은 바로 이 ‘기능성 소화장애’입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긴장하게 됩니다. 불곰이 내 앞에 나타나면 죽기 살기로 도망가야지요. 혈액을 심장과 근육으로 집중해야지 위장관으로 보낼 여력이 없습니다. 입과 식도에서는 점막을 촉촉하게 만드는 점액 분비가 잘 안되고, 위장은 잘 움직이지 않게 되지요. 위산이나 소화 효소 분비는 줄어들어 음식을 먹어도 제대로 분해 흡수하지 못하게 됩니다. 염증이 없는데도 내시경으로 위를 들여다 봐도 깨끗한데 자꾸만 소화가 안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Ellen(가명)은 항상 소화가 안되고 윗배가 더부룩하다고 호소하는 환자였습니다. 속이 메스꺼울 때가 있고 멀미를 자주 하였습니다. 생각이 많았고 그만큼 걱정도 많이 하였습니다. 하지만 표현을 하는 성격은 아니었고 말 수도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쉽게 긴장을 하고 다음날 큰 일이 있으면 잠 드는 것을 힘들어 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예민해 있었지요. 추위를 자주 타고 가끔은 우울하다고 호소하였습니다. 내시경을 받아 보았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지요.
Ellen은 염증 소견이 보이지 않은 대표적인 기능성 소화장애의 환자입니다. 양방에서는 이런 경우 신경 안정제를 줘서 치료하기도 합니다. 정서적인 문제를 먼저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한방에서는 ‘복령’이라는 아주 유명한 약재가 있습니다. 베어낸 지 여러 해 지난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여 혹처럼 크게 자란 균핵이지요. 가장 주요한 기능은 소변을 잘 배출하게 하는 것이지만 잘 놀라고 가슴이 쉽게 두근거리는 환자에게도 쓰여집니다. 저는 신경성 소화장애,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에 애용하고 있습니다. 한방도 양방과 같은 맥락으로
위장의 염증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이 먼저라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지난 칼럼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속쓰림에 황련이라는 약재를 소개시켜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 황련이 위장의 염증을 치료해 주는 대표적인 약재라면 복령은 염증이 존재하지 않는 기능성 소화장애를 치료하는 대표 약재입니다. 황련을 써야 하는 환자 분들은 목소리가 크고 말씀도 빨리 하시며 맥도 아주 빠른 경향을 보이지만 복령이 필요한 환자 분들은 내성적이고 조금은 예민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잘 못 이루지요.
Ellen은 침 치료와 함께 복령과 생강이 들어가 있는 방제를 처방해 주었습니다. 이후 소화가 잘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불면과 우울증도 확실히 개선되었습니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니 소화 장애가 해소되었던 것이지요. 이처럼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 장애라 할지라도 염증의 유무,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몸의 반응 양태에 따라서 치료 약재와 치료 방법은 현격히 달라집니다. 한의학이 맞춤형 의학으로 현대에서 각광받는 이유입니다.
당신의 밴쿠버 한방 주치의 대표원장 나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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