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n Shot 2017-10-20 at 4.28.36 PM

 

엘리자베스(가명)는 요즘 직장에서 동료와의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회의 도중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려 제대로 대화하기가 힘듭니다. 집에 와서도 흥분이 잘 가라앉지 않고 잠을 자려고 누워도 1-2시간이 걸려 겨우 잠이 듭니다. 소화가 안되거나 입맛이 없는것은 아닌데 속이 자주 쓰리고 배가 가끔 아픕니다. Zantac을 하루에 한알씩 먹고 있습니다. 피부가 예민한 편이긴 한데 요즘은 더 쉽게 붉어 집니다.

 

엘리자베스는 전형적인 교감신경 항진형의 증상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감신경은 우리 몸이 위기 상황에 처했을때, 예를 들면 곰이 나타났을때 반응하는 말초신경계 입니다. 싸우거나 도망치려면 근육으로 많은 피를 보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심장의박동수가 올라갑니다. 평소에 느끼지 못한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죽고 살고 하는 마당에 먹고 소화시키는 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위장관으로 보내줄 피는 다 근육으로 보내버리고 잠시 소화기관의 영업을 중지합니다. 배가고프지 않거나 그대로 무언가를 먹으면 체하거나 신물이 올라오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외부의 변화(곰이 다시 나타난다든지)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서 이렇게 외부자극에 급격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집에 불이 난다고 해도 계속 자고 있을 친구들 한두명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성격이 불같고 자기 주장이 강하며인간 관계에 예민한 사람들이 엘리자베스 같은 유형의 증상을 보이기 쉽습니다. 내성적인 사람도 교감신경이 항진되는 증상이 당연히 나타나기는 하는데 얼굴이 쉽게 붉어지고 피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말초혈관이 쉽게 충혈되는 유형의 환자에게는 황련(Rhizoma Coptidis) 이라는 약재를 씁니다. 맛이 아주 써서 환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 지만 효과도 탁월합니다. 속이 미식거리나 헛구역질을 할때 대표적으로 쓰는 반하(Rhizoma Pinelliae Tematae)와 가슴이 답답하거나 통증이 있을때 사용하는 과루실(Fructus Trichosanthis Kirlowii)을 함께 써주면 그 약효를 배가할 수 있습니다. 침자리는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통증이 있을때, 역류성 식도염으로 가슴에 타는 듯한 느낌이 있을때 첫번째 선택지로 쓰이는 내관(PC 6), 공손(SP 4)이 자주 사용됩니다.

 

엘리자베스 같은 유형의 환자는 불같은 성격처럼 병의 진퇴도 아주 빠릅니다. 치료를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아도 벌써 좋아짐을 느끼는 환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교감신경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3달정도의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