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설사는 배탈 났을 때만 나올까요? – 스트레스와 설사

 

Mike(가명)는 설사를 심하게 하는 환자였습니다. 밥만 먹으면 화장실을 가야 하고 조금만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어김없이 소식이 왔습니다. 하지만 반면에 식욕은 좋고 먹는 것도 잘 먹었습니다. 먹고 나서 윗배가 더부룩 하다거나 속이 쓰리다거나 하는 위장의 증상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대장의 문제로 국한되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성격이 예민한 편이여서 잠을 잘 못 자는 날이 많았습니다. 대체로 더위를 많이 탔습니다.

 

Janey(가명)도 Mike처럼 예민하고 설사를 많이 하였습니다. 하지만 Janey는 신경을 쓰게 되면 일단 입맛이 떨어졌습니다. 먹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입이 많이 말라 물을 자주 마신다고 하였습니다.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한숨도 자주 쉬었지만 잠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직장에서 일이 주어지면 좀 완벽하게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힘들다고 하였습니다. 더위를 타지만 추운 것도 싫어하였습니다.

 

Mike와 Janey는 스트레스와 설사와의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환자들입니다. 양방에서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진단을 받습니다. 둘 다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이 설사라는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른 점이 존재합니다. Mike는 식욕이 좋고 위장의 문제가 별로 나타나지 않는 반면에 Janey는 입맛이 없고 먹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Mike는 수면에 문제가 있는 반면, Janey는 잠자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둘의 설사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일단 설사에 대해 기본적 이해가 조금 필요합니다. 설사는 일차적으로 장내에 수분이 너무 많아서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우유를 마시면 설사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분들은 몸에 우유를 소화시키는 분해 효소가 많지 않은데 소장에서 흡수가 안되면 우리의 장은 수분을 끌어들여 설사를 유발시켜 버립니다. 소화가 안 되는 물질을 우리 몸에 오래 두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지요. 다른 한편으로 흡수의 문제가 아니라 자극의 문제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식중독을 생각하면 되지요. 세균의 독소는 장내 수분을 과다하게 분비하게 하는 대표적 원인입니다.

 

다음으로는 장 점막의 염증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장 점막에 염증이 발생하면 흡수는 떨어지고 분비는 증가하게 됩니다. 또한 장관 운동이 항진되어 설사가 유발되는 것이지요.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의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장 운동의 변화로 수분이 충분히 흡수되지 않아 설사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이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찬 음식을 많이 먹고 설사를 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몸은 추위를 타면 온도를 올리기 위해 몸을 떨게 됩니다. 심하면 이까지 떨게 되지요. 그럼 국부적으로 위장관이 차갑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똑같이 위장관도 온도를 올리기 위해 떨게 됩니다. 장 운동이 과다하게 항진되는 것이지요. 결국 장이 추위에 떠는 동안 수분이 흡수가 안돼서 설사가 나오는 것입니다.

 

자, 이제 Mike와 Janey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Mike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까지는 아니지만 점막의 미세한 염증이나 점막이 아주 예민해 있는 상태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Mike는 교감신경의 항진이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긴장되고 잠이 오지 않고 맥박이 빨라지는 교감신경의 항진상태에서는 피부의 문제나 점막의 문제가 쉽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Mike는 얼굴도 붉고 말도 빠르고 성격 또한 예민하고 급한 환자였습니다. 피부가 긁히면 쉽게 붉어져 올라오는 경향도 보였습니다.

 

Janey는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긴 하지만 한숨을 쉬고 입이 마르고 가슴 쪽의 열감을 호소하는 반면 아랫배는 오히려 조금 차갑게 느껴지는 증상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몸 전체의 민감도가 올라가지 않고 한쪽으로 열감이 쏠리면 우리 몸은 반대편이 차가워 지기 십상입니다. 가슴은 뜨거운데 배는 차가워 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장이 추위에 떨어 설사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스트레스로 인한 설사라는 공통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반응 하는 양상에 따라 접근법과 치료법은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Mike는 장 점막의 민감도와 염증을 없애기 위해 황련, 황금 등의 항염 작용이 강한 약재를 사용하여 치료하였고 Janey는 시호라는 약재를 통해 가슴의 열감을 풀고 건강(마른 생강)으로 장을 따뜻하게 덥혀 설사를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