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스물에게. – 첫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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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스물에게. – 첫번째 편지

 

2000년 8월, 처음으로 밴쿠버에 받을 디뎠습니다. 제대를 하고 생애 최초로 여권을 발급 받았고 또 처음으로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 라의 땅을 밟았습니다. 그때가 제 나이 스물 다섯, 여러분처럼 도무지 내 미래가 어찌될찌 막막했던 20대였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11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죽자 사자 영어에 매달리고, 학교를 다시 다니고, 결혼, 이민, 한의원 오픈, 그러다 보니 벌써 30대 중반이 되 어 있네요. 네, 저는 이제 아저씨 냄새가 풀풀 풍기는 30대 중반의 평법한 한의사 입니다. 한의사니깐 돈 많이 버냐구요? 말씀 드렸지 요. 캐나다의 평범한 한의사입니다.

 

광석이 형님의 ‘서른 즈음에’를 줄기차게 불러댈때는 서른이 되면 뭔가 한가지는 손에 딱 잡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습니다. 사랑이든, 돈이든, 일이든. 그런데 막상 서른이 되어보니 그야말로 난감 그 자체입니다. 결혼하지 않았냐구요? 결혼 생활 40년이 넘어가시는 저 희 어머니도 아직 사랑이 뭔지 결혼이 뭔지 모르시겠다고 합니다. 돈, 이 넓은 땅덩어리에 내 몸 누일데 하나 없겠나 생각했더니 밴쿠 버 집값 지난 10년동안 폭등에 폭등을 거듭했습니다. 일, 그나마 다행이지요.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으니. 여하튼 30대가 되어보니 이 또한 만만치가 않습니다. 인생이 원래 그런걸까요?

 

누구나 자신의 상처를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처럼 저의 20대도 여러분의 20대 만큼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구요? 죄 송하지만 그때는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처럼 ‘지랄을 하세요, 당신들이 나 만큼 아파봤어?’라고 속으로 울부짖었습니다. 말없는 밴쿠버 의 푸른 잔디는 저에게 위로이자 구원이었을 만큼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도 심했었죠. 그러나 요즘들어 저는 저의 아픔과 방황마저도 지금의 20대에겐 사치로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12년의 경쟁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고 또 그 대학에서 마저 학점과 취업경 쟁에 시달리는 청춘들을 보고 있노라면 할 말을 잃게 됩니다. 그렇게 수 없는 희생을 치루고 도달해야 할 곳은 도대체 무엇이며 도달 하기만 하면 과연 행복은 보장 되는 것일까요?

 

함께 얘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이런 뻔한 얘기 말고 열심히 산다고 사는데 도대체 현실은 왜 그런건지, 우리에 게 희망은 있는 것인지, 우리는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말입니다. 저는 진보주의자 입니다. 경쟁보다는 연대가, 전쟁보다는 평화 가, 성장 보다는 환경이 더 우월한 가치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청춘이 골라야할 선택지가 꼭 진보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함께 고민 하고 스스로 선택한다면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이건 지켜야 할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하여 사정이 허락하는 한 여러분께 편지를 띄워볼 생각입니다. 여건이 허락하면 공간을 빌려서 만남의 자리도 가져볼까 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만나 가면서 좀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조금더 행복한 삶에 대한 꿈을 함께 꾸어보고 싶습니다. 이 겨울 서른이 스물에게 편지를 띄우기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당신의 밴쿠버 한방 주치의 대표원장 나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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