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불면증 이야기 1

 

잠을 자지 못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겪지 못하는 고통에 무척이나 둔감하여 잠을 잘 자는 사람들은 불면의 고통을 쉽게 이해하기 힘듭니다. 몸이 덜 피곤해서 그렇다던지, 잠이 안 오면 책이나 보라던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쉽게 던집니다. 의학적인 치료도 어렵습니다. 수면제라 불리는 약들이 있기는 하지만 중독성이 심하고 어지럽고, 몸이 무겁고, 낮에도 몽롱하게 느껴지는 부작용들이 많습니다. 불면증 환자들이 되도록이면 수면제를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의학적인 치료도 공황장애, 우울증에 비해 치료기간이 훨씬 긴 편입니다. 하지만 몸의 치유 능력자체를 상승시키는 방법을 쓰기 때문에 부작용과 약에 대한 중독성이 거의 없는 편이라 근래 들어 점점 더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불면증은 다루어야 할 이야기가 많아 몇 주에 걸쳐 나누어 써볼까 합니다. 잠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은 본인이 어떤 유형의 불면증인지 한번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일단, 불면증을 진단할 때는 잠 자체의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신체 증상들 때문에 잠의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를 구분해 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통증이 심하면 잠에 들지 못합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온몸의 통증이 심해서 오는 불면은 잠을 치료할 게 아니라 통증을 치료해 주어야 하는 것이지요. 통증으로 인한 불면은 너무 자명한 문제라면 소화는 어떨까요? 이건 좀 복잡합니다. 왜냐하면 소화가 안 돼서 잠을 못 자기도 하지만 잠을 못 주무시는 분들은 소화기능도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이 우선인지 선후관계를 밝혀 내야만 합니다. 어쨌거나 불면의 문제가 다른 증상들로부터 기인한 것이라면 그 신체증상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통증을 없애고, 소화기 문제를 해결해 주면 됩니다.

 

잠 자체가 문제라고 진단이 되면 일단 세가지 형태로 그 증상이 나타납니다. 첫째는 잠이 드는 것이 힘든 형태입니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몸은 피곤해 죽겠는데 잠이 들지는 않습니다. 누워서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들지 않습니다. 둘째는 잠이 드는 건 어렵지 않은데 중간에 계속 깨는 형태 입니다. 몇 시간 마다 잠이 계속 깨고 꿈을 엄청나게 꾸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피로는 더 축적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새벽에 너무 일찍 깨서 다시 잠이 들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제발 6시까지만 자면 소원이 없겠다고 합니다. 잠이 3시, 4시에 깨서 출근할 때까지 그냥 멀뚱멀뚱 누워 있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가장 힘들어 하는 불면의 타입은 잠이 들기 힘든 첫 번째 유형입니다. 그래도 일단 잠이 들면 자꾸 깰지언정 잠이 들었다고 하는 안도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뜬눈으로 밤을 세운 환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하기가 힘듭니다. 잠이 들기 힘들어하는 불면은 교감신경 주도형과 부교감 신경 주도형으로 또 나누어 생각해 볼 수가 있습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은 우리 몸의 자율 신경계인데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몸의 상태를 쉽게 이해하게 해줍니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서는 교감신경이 항진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잠에 들지 못합니다. 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작동하는 것이 부교감신경인데 부교감신경이 교감신경을 제어해 주지 못해도 잠이 들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부교감 신경은 정상적인데 교감신경이 극도로 흥분되어 날뛰는 교감신경 주도형 불면이 있고 교감신경은 큰 문제가 없는데 부교감신경이 교감신경을 제어해 주지 못해 발생하는 부교감신경 주도형 불면이 있는 셈입니다. 좀 무리수를 두어서 단순화 시키자면 화가 나서 잠이 안 오는 것이 교감신경 주도형 불면이라면 걱정이 많고 생각이 많아서 잠이 안 오는 것이 부교감신경 주도형 불면입니다.

 

마지막으로 공황장애 등 다른 심리 질환과 겹쳐서 흉부에 증상이 강하게 나타날 때도 잠이 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심장이 두근거린다거나 할 때는 실제 심장에는 문제가 없다 할지라도 우리 몸은 초 긴장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잠이 들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세 번에 걸쳐 이 각각의 유형들과 그 치료법을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나긴 밴쿠버의 겨울 밤에 한의학과 함께 숙면을 이루시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