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사람들의 유쾌한 생존법(The Highly Sensitive Person)’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자 Elaine Aron은 예민한 사람임을 테스트 해볼 수 있는 몇 가지 기준들을 제시합니다. 의학적으로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되는 몇 가지만 뽑아 보았습니다.

 

*통증에 매우 민감하다.

*바쁘게 보낸 날은 침대나 어두운 방 또는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로 숨어 들어가 자극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카페인에 특히 민감하다.

*밝은 빛, 강한 냄새, 거친 천 또는 가까이에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 같은 것들에 의해 쉽게 피곤해진다.

*깜짝깜짝 놀란다.

*주변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때 긴장을 한다.

*경쟁을 해야 한다거나 무슨 일을 할 때 누가 지켜보고 있으면 불안하거나 소심해져서 평소보다도 훨씬 못한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내가 민감하거나 숫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질문들은 실제로 제가 한의원에서 환자들에게 자주 묻곤 하는 내용입니다. 일종의 심리 테스트를 하는 이유는 불면증의 유형 중에 부교감 신경 주도형 불면을 가려내기 위해서 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긴장할 때 작동되는 신경이 교감신경, 긴장이 풀리고 몸이 이완 되었을 때 작용하는 신경이 부교감 신경이라는 것을 말씀 드렸습니다. 교감 신경이 쉽게 항진되는 사람은 외향적이고, 목소리가 크고, 직설적이고, 쉽게 화가 나는 유형이 많은 반면에 부교감 신경이 튼튼하지 못한 사람은 내성적이고, 예민하며, 걱정이 많은 경우가 많습니다. 위 예시문에 해당하는 ‘민감한 사람(The Highly Sensitive Person)’인 셈이지요. 그리고 이런 분들은 살아가면서 불면증 때문에 고생할 가능성이 아주 많습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교감신경을 부교감 신경이 효과적으로 제어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면입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서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저녁 늦게 커피라도 한 잔 했다 하면 잠드는데 한참을 고생해야 하고, 눈을 감으면 이런저런 걱정들로 잠을 설치게 되는 불면의 유형입니다.

 

‘민감한 사람(The Highly Sensitive Person)’은 불면 이외에도 소화장애, 공황장애 등을 겪기 쉬운데 이분들의 의학적 특징중의 하나는 실제 인체 구조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화장애를 호소해서 위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위장 점막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요통을 극심하게 호소해서 MRI를 찍어보면 뼈나 디스크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에는 의사로부터 ‘신경성’이라는 진단을 받기 쉽상 입니다.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스트레스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지요.

 

한의학에서는 이런 환자분들을 ‘복령’이라는 한약재로 치료합니다. 복령은 베어낸 지 여러 해 지난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여 혹처럼 크게 자란 균핵입니다. 땅속 20∼50센티미터 길이에 달린 것을 소나무 그루터기 주변을 쇠꼬챙이로 찔러서 찾아냅니다. 옛날부터 오래 먹으면 신선이 되는 약으로 이름이 높은 복령은 현대적인 약리실험을 통해서도 이뇨작용, 혈당량 낮춤작용, 진정작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임상에서는 계지, 감초 등의 약재와 함께 쓰는 경우가 많은데 민감하고 걱정이 많다는 심리적인 특징 이외에도 추위를 타고, 소변을 자주 보러 가며, 심장이 쉽게 두근거린다는 신체적인 증상을 지닌 환자들에게 쓰입니다. 현대 사회가 외향적인 사람에게 점수를 더 주는 사회이고 심리적, 신체적 자극이 많은 사회이다 보니 ‘민감한 사람(The Highly Sensitive Person)’들이 일상을 살아가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많습니다. 특히 자극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잠이 들기가 쉽지 않은 날들이 많습니다. ‘복령’과 함께 평안한 마음을 유지하실 수 있기를 소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