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밴쿠버의 잠 못 드는 밤, 불면증에 대하여.

 

40대의 마른 체격을 지닌 백인 여성이 한의원을 방문했습니다. 잠을 자지 못해 너무 힘들어 하고 있었습니다. 불면은 몸의 다른 이상이 없이 갑자기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른 증상도 함께 얘기해 달라고 부탁하니 봇물 터지듯 쏟아 놓습니다. 일단 소화가 너무 안된다고 합니다. 자주 체하고 신물도 자주 올라오고 트림도 잦다고 합니다.  스트레스가 많아 화가 너무 잘나고 감정을 조절하기가 힘들다고 이야기 합니다. 얼굴이 붉어지고 눈이 빨개지는 경우도 많구요. 그런데 얼굴과 상체에 열이 올라오는 경우가 참 많은데 평상시에는 또 추위를 많이 탄다고 합니다. 가볍게 긁기만 해도 빨갛게 부어 오르고 금으로 된 귀걸이나 목걸이가 아니면 착용할수가 없다고 합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함을 느끼는 일이 자주 있구요. 잠이 드는게 힘든지 아니면 자꾸 깨서 힘든지 물어보니 일단 잠이 드는게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불면증은 일단 세가지 형태로 구분을 합니다. 첫째는 잠이 드는 것이 힘든 형태입니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몸은 피곤해 죽겠는데 잠이 들지는 않습니다. 누워서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들지 않습니다. 둘째는 잠이 드는건 어렵지 않은데 중간에 계속 깨는 형태 입니다. 몇시간 마다 잠이 계속 깨면 거의 꿈을 엄청나게 꾸게 됩니다. 잠을 자도 잔것 같지 않고 피로는 더 축적됩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새벽에 너무 일찍깨서 다시 잠이 들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제발 6시까지만 자면 소원이 없겠다고 합니다. 잠이 3시, 4시에 깨서 출근할때까지 그냥 멀뚱멀뚱 누워 있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불면증이 악화되면 잠이 드는것도 힘들고 겨우 잠들어도 자꾸 깨는 형태가 혼합됩니다. 잠 드는건 쉽고 몇시간은 잘 자는데 너무 일찍 깨서 힘든 경우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0대의 이 백인여성은 주로 잠이 드는게 너무 힘들다는 경우였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환자가 잠에 드는 것을 방해하는 것일까요? 일단 뇌의 흥분 상태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것으로 보입니다. 환자는 무척 예민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였습니다. 그러나 화를 숨기고 스스로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폭발 시키는 쪽이었습니다. 다혈질이라는 표현이 적합한 성격이었습니다. 특정한 사건때문에 발생한 트라우마로 이러한 뇌의 흥분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렇게 다혈질이면서 예민한 환자의 경우에는 특별한 트라우마가 없이도 이러한 상태가 유지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는 체온의 조절 장애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면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잠이 드는 시점에서 체온이 조금 떨어져야 합니다. 체온의 변화로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때문이죠. 가벼운 불면증에 멜라토닌의 복용이 효과가 있는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캐나다인들이 불면증에 멜라토닌을 일단 복용해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국 수면의학회에서는 잠들기 두시간 전에 따뜻한 물로 30분정도 목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두시간 전에 해야 하고 샤워가 아니라 물을 받아서 몸을 덥혀야 합니다. 체온을 올렸다가 서서히 떨어지면서 잠에 드는 것을 유도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스트레스로 인해 몸의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잠이 들기 힘듭니다. 이 환자가 겪고 있는 스트레스가 체온의 조절 장애를 가지고 왔고 이로인해 불면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쉽게 표현하자면 ‘열 받아서 잠이 안온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형태의 환자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재로 ‘황련’을 들고 있습니다. 쓴 약의 대표격인데 쓰기가 이루말할데가 없어 중국에는 ‘인생이 황련처럼 쓰다’라고 말하기도 한답니다. 어쨌거나 ‘황련’은 이러한 뇌의 흥분상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교감신경의 흥분상태를 억제해주는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환자도 ‘황련’을 주로 하는 한약을 복용하고 잠이 들 수 가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소화불량, 신물, 극심한 감정기복 또한 함께 좋아졌지요. 한의학은 언제나 주변 증상들과 주요 증상을 함께 보고 치료에 접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