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밴쿠버의 여름은 복분자가 익어가는 계절

 

블랙베리가 익어가는 것을 보고 칼럼을 준비했는데 어느덧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어 버렸습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짧았다며 아쉬워 하는 인사들이 많았습니다. 폭염이 계속된 한국에 비교하면 행복한 고민일지도 모르겠다는 위안으로 또 한번의 여름을 보냅니다. 요즘 도로가에는 블랙베리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꽤나 값나가는 과일인데 밴쿠버에서는 그야말로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블랙베리가 바로 그 유명한 ‘복분자’입니다. 한국에서 인기가 한 풀 꺾이긴 했지만 그래도 복분자 술로 그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는 그 복분자 입니다.

 

복분자의 효능은 이름을 잘 살펴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복분자(覆盆子)라는 한자를 해석하면 ‘뒤집어진다’는 뜻의 ‘복(覆)’과 ‘항아리’인 ‘분(盆)’ 그리고 ‘씨앗’ ‘자(子)’로 구성되어 있는데 말인즉슨 이 열매를 많이 먹으면 소변줄기의 힘에 세져서 오줌 항아리 즉 요강이 뒤집어 진다는 이야기 입니다. 한마디로 정력에 좋다는 말이겠죠. 옛날 신혼부부가 살았는데 어느 날 남편이 이웃마을에 볼일을 보고 돌아오다 길을 잃었답니다. 헤매다 보니 배가 고팠고 우연히 산딸기를 발견하여 허겁지겁 먹고 겨우 겨우 길을 찾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소변을 보는데 힘이 너무 세져서 그만 요강이 뒤집어 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후로 그 아내가 좋아라 하며 ‘복분자(覆盆子)’라 부르고 따다 먹였다고 합니다. 너무 지어낸 얘기 같다구요? 이야기의 진위야 가릴 방법이 없지만 그 효능을 알아낸 경위는 쉽게 짐작이 갑니다.

 

여름철 많이 먹는 과일로는 블루베리가 있는데 이 블루베리의 효능을 알아낸 경위를 복분자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재미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이었다고 합니다. 공군 조종사들은 시력이 아주 중요하여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데 한 조종사의 시력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것을 의사가 발견하였답니다. 특별히 다른 조종사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나 세심히 살펴보니 유일하게 이 조종사는 블루베리 쨈을 아주 많이 먹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블루베리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곧 시력을 좋게 하는 안토시아닌 이라는 성분을 발견하게 되어 이를 의약품까지 발전 시켰습니다. 현대의학이 새로운 성분을 발견하는 경로나 수백 년 전의 한의학이 약재의 효능을 발견하는 경로나 별로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시 블랙베리 즉 복분자의 효능으로 돌아오자면 일단 남자의 체질이 허약해 정력이 떨어진 것을 치료합니다. 당연히 조루증, 발기 부전에도 쓰이지요. 소변을 잡아주는 힘을 길러주어 어린 아이가 나이가 먹었음에도 허약하여 밤에 오줌을 싼다면 복분자가 이를 고쳐 줄 수 있습니다. 복분자도 블루베리처럼 안토시아닌 성분을 다량 함유하여 시력을 보호하고 눈을 맑게해 줍니다. 한의학에서 검은색은 신장을 의미합니다. 검은색의 복분자는 신장의 원기를 북돋울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복분자는 시고 달콤한데 또 이 신맛은 간을 충만하게 합니다. 간은 눈과 연결되어 있으니 당연 복분자는 눈을 좋게 해줄 수 있겠지요. 우리 조상님들은 ‘안토시아닌’이라는 이름만 몰랐지 이미 복분자의 효능을 모두 파악하고 잘 사용해오고 있었습니다.

 

근래에 들어서는 남성의 정자수와 운동력이 점점 줄어 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급증하고 스트레스가 많으며 컴퓨터 사용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데 에서 기인한다고 여겨집니다. 블랙베리는 이러한 현대 시대의 남성에게 아주 유용한 과일로 쓰이고 있습니다. 저는 여름이면 아내와 함께 먼지 없고 깨끗한 곳에 가서 복분자를 따다가 엑기스를 만들어 놓습니다. 물에 타서 음료수로 먹어도 좋고, 보드카에 섞어 복분자주로 먹어도 좋습니다. 손님들 오셨을 때 내 놓으면 아주 좋아하십니다. 와인에 비하겠습니까? 한가지 흠이라면 엑기스를 만들 때 다량의 설탕을 첨가하여야 하니 당뇨병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주의 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