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밴쿠버의 겨울, 그 우울증의 계절.

 

David(가명)는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미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우울증 환자는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보통 눈치를 챕니다. 표정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David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표정없는 얼굴과 축처진 어깨로 제 앞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어린시절의 트라우마, 계속되는 무기력함, 삶에 대한 의욕상실, 피로감, 식욕저하 등등, 임상적으로 우울증이라 판단할 수 있는 여러 증상들을 두루두루 가지고 있었습니다.

 

“치료가 가능 할까요? 우울증이 침으로 치료가 가능 하다 던데…”

 

양방의 약물 치료는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신경 전달 물질을 조절하는데 그 목표를 둡니다. 심리 치료는 치료자가 환자 자신에 대해서 탐색하도록 안내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렇다면 한의학은 어떻게 우울증을 치료할까요? 뇌를 자극하여 신경 전달 물질을 조절하는 혈자리가 따로 존재하는 것 일까요? 아니면 우울증을 치료하고 기분이 좋게 해주는 약초가 있는 것 일까요? 그런 침자리와 약초가 아예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한의학은 인간의 질병과 신체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일단 David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선 David의 심리적인 증상말고 신체적인 증상을 물어 알아내었습니다. 한의사가 주요하게 알아야할 몸의 증상은 일반적으로 한열, 땀, 목마름, 소화, 식욕, 대변, 소변, 흉협부위 증상, 수면, 생리 그리고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때 나타나는 증상 들이 있습니다. David는 추위를 많이 탔고, 따뜻한 물을 좋아했으며,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변이 많이 묽었고 소변을 자주 봤으며 잠이 잘 들지 못하고 자꾸 깼습니다. 항상 피곤하고 몸이 무거웠구요. 이렇게 신체적 증상들을 나열해 놓고 보니 몸의 상태가 보였습니다. 심장의 출력이 약해 장부에 대한 혈액 공급이 원할하게 이루어 지지 않아 발생하는 증상(추위를 탄다. 소화가 안된다., 피곤하다)과 수액대사가 정상적이지 못해 생기는 증상(소변을 자주본다. 몸이 무겁다.)으로 크게 나누어 지고 있었지요.

 

뜸을 떠서 기초대사량을 올려주고, 부자라는 약재를 써서 심장 출력을 올리고 복령이라는 약초를 써서 소변을 원할하게 해주면 몸이 정상화 될것 같았습니다. 일주일에 두번씩 침을 맞고 뜸을 떴고 집에서는 항상 아랫배에 핫팩을 올리고 있게 하였습니다. 부자와 복령을 주 약재로 삼은 한약을 복용시켰습니다. David는 서서히 몸이 따뜻해진다고 얘기했고 2주 정도 치료가 진행되었을때 추위를 예전보다 훨씬 덜탄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변도 묽은 변에서 조금씩 단단해 지고 형태를 갖추었고 소변보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한 달이 지나자 David의 신체적 증상들은 대부분 정상화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주증상이었던 우울증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연하게도 호전을 거듭하여 삶의 의욕과 생기 그리고 표정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몸을 치료해서 마음을 함께 치료한 것이지요.

 

우울증이 David 처럼 항상 몸이 차가운 사람에게만 오는 것은 아닙니다. 가슴에 답답하고 열감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고 산후 우울증 처럼 과도한 혈액의 손실 이후에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춥고 음습한 밴쿠버의 겨울에 더욱 악화되는 우울증은 David 처럼 몸이 차가운 경우가 많습니다. 겨우 주요 장부만을 덥히고 있는 심장의 혈액공급이 추운 날씨로 인해 더욱 힘에 부치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감정의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의 조절에도 이상이 발생하여 우울증이 더욱 심해 지지 않았나라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는 것이지요.

 

흔히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을 합니다. 그만큼 가볍게 지나갈 수도 있고 그만큼 흔하게 느낄수도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못한 감기는 폐렴을 포함한 갖가지 질병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던 질병과 결합하여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 이구요. 우울증은 양방 약물 치료나 심리치료를 통해서도 80-90%가 완치되는 질환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공황장애나 불면증 같은 여타의 신경정신과질환 보다 훨씬 치료가 쉽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치료의 시기를 놓치지 마시고 빠른 판단으로 전문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2016년도 한의학과 함께 건강한 몸과 마음을 키워 나가시길 빌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당신의 밴쿠버 한방 주치의 대표원장 나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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