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비밀 – 신맛과 짠맛 그리고 쓴맛

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맛의 비밀 – 신맛과 짠맛 그리고 쓴맛

지난주에 맛의 비밀 첫 번째 매운맛과 단맛에 대한 글을 쓰고 나니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먹은 초코파이 인데, 그때는 그 초코파이 하나가 어떻게 그렇게 맛있을 수 있을까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하지만 휴가만 나와도 당장 맛이 없어지는 건 무슨 연유인가 의아해 했었죠. 나중에 한약을 공부하며 ‘아 그렇구나!’라며 무릎을 쳤던 것이 바로 이 단맛의 특징이었습니다. 일단 군대라는 곳은 육체적 움직임이 많은 곳이라 밥을 잘 먹었다고 해도 우리 몸은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또한 군대는 조직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떨어져 있는 외로움 등 심리적 긴장감이 극심한 곳입니다. 단맛은 우리 몸의 에너지를 보충해주는 기능을 하며 또한 신체적, 정신적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군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맛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였던 것이죠.

이번 주는 지난번에 이어 신맛과 짠맛 그리고 쓴맛에 대해 살펴 볼까 합니다. 일단 신맛은 수렴 작용이 강력한 맛입니다. 신 레몬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당장 입에 침이 돌고 숨을 들이키게 됩니다. ‘아 시다’를 연발하며 숨을 내쉬는 사람을 본적이 있으십니까? 이처럼 신맛은 어떤 것이든 흡수하고 수렴하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러한 신맛의 수렴 기능 때문에 한의학에서 신맛을 지닌 약재는 땀을 잡아주고, 소변을 막아주고, 우리 몸의 정, 에센스를 보존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루와 발기부전에 자주 쓰이는 약재로 복분자가 있는데 바로 복분자의 시큼한 맛이 남자 몸의 정액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가 자꾸 밤에 오줌을 싸는 것에도 마찬가지로 이용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관점에서 신맛은 살을 찌게 하면 찌게 해주지 살을 빼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레몬 다이어트, 식초 다이어트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의학적 관점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다이어트 법인 셈이죠.

다음으로는 짠맛입니다. 짠맛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고등학교 때 배운 ‘삼투압 현상’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이와 같습니다. 배추 절일 때 소금을 뿌려 놓으면 배추 내부의 수분이 밖으로 빠져 나오는데 이처럼 수분은 소금의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로 소금의 농도가 높아지게 되면 수분을 끌어오게 되고 농도가 낮아지게 되면 수분을 방출 하게 되겠죠. 이는 곳 오줌의 양으로 조절이 되는데 짠 음식을 먹게 되면 물은 더 먹고 싶고 오줌은 덜 나가게 됩니다. 반대로 싱거운 음식을 먹게 되면 물은 덜 먹고 싶고 오줌은 더 많이 나가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부종이 있어 몸이 부어 있는 사람이나 혈압 때문에 소변을 잘 봐야 하는 분은 되도록 싱겁게 먹어야 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하지만 한방에서 약재를 다룰 때 소금물에 넣었다 빼서 관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짠맛이 약의 성질을 신장으로 이끄는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맛은 각각의 장부로 그 성질을 이끄는데 단맛은 비장, 짠맛은 신장, 매운맛은 폐, 신맛은 간장, 쓴맛은 심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쓴맛입니다. 일단 쓴맛은 밑으로 내려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내려가는 기능이 떨어져 생기는 증상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단 대장 쪽에서는 변비가 있을 것이고, 위장에서는 소화불량이나 구토가 있습니다. 폐에서는 기침이 있을 수 있는데 쓴맛을 지닌 약재들은 바로 이러한 증상을 치료하는데 쓰입니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라는 말은 사실 쓴맛의 이러한 치료효과를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좀더 건강해 지기 위해 먹는 보약보다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먹는 치료약이 훨씬 쓴 것도 이러한 이유이죠. 언젠가 황련이라는 약재를 설명하면서 ‘인생이 황련처럼 쓰다’라는 중국속담에 대한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황련은 항염증 작용을 하는 대표적인 한약재인데 이처럼 항염증 작용을 하는 많은 한약재들 또한 쓴맛을 지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