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돌고 도는 스트레스와 생리통

 

Janey(가명)는 생리통이 아주 심했습니다. 진통제를 먹어도 생리 첫 날, 둘째 날은 일상생활을 하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생리혈은 어둡고 덩어리가 많이 나왔습니다. Janey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무척 심했습니다. 본인에게 주어진 일은 꼭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지라 일에서 자유로워 지기가 힘들었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완벽주의 성향이 조금은 있다고 하였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입맛부터 떨어져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소화도 그리 잘 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눈이 쉽게 피로하고 건조해져서 오후가 되면 더 힘들어 했습니다.

 

스트레를 호소하는 환자분들이 오면 제가 반드시 던지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가슴이 답답하고 미어지는 느낌이 있는지 혹은 갑자기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 있는지 등의 증상입니다. 가슴 부위의 증상들이지요. 호흡도 중요합니다. 깊은 숨이 잘 안 쉬워지고 숨이 가쁠 때가 있는지 아니면 한숨을 잘 쉬는지의 증상들도 꼭 확인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입이 자주 마르는가 입니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과 입이 마르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입은 마르지만 물은 잘 먹히지 않는 다는 환자분들도 많습니다. 더불어 입술이 얼마나 촉촉한지도 확인합니다. 입이 자주 마르는 사람은 건조한 날에 꼭 입술 보호제를 발라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세 번째는 눈이 자주 어지러운지 입니다. 차멀미를 자주 하지 않는지 기차나 스카이트레인의 역방향 좌석은 타기가 힘든지도 확인합니다. Janey처럼 눈이 쉽게 피로하고 건조해 진다는 것도 꼭 체크해 두어야 합니다.

 

이 세가지 지점을 꼭 확인해 보는 이유는 스트레스 상황에 있는 환자에게 ‘시호’라는 약재를 써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쓰이는 다른 약재도 많지만 제 임상경험에서 보면 ‘시호’가 쓰이는 비중이 많아 그에 대한 질문이 먼저 오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시호는 기본적으로 간의 혈액 순환 기능을 회복시키고 담즘 분비를 원활하게 해줍니다. 위의 세 증상을 모두 가지고 있거나 두 가지 정도를 가지고 있다면 일단 시호를 쓰는 것을 고려합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으로 Janey처럼 극심한 생리통을 호소하는 것을 치료하기는 어렵습니다. 한의사의 관점으로 말하자면 ‘시호’만 써서 생리통까지 치료하기는 힘들다는 것이지요. 한의학에서는 생리혈이 어둡고 덩어리가 많이 나온다면 ‘어혈’이 있다고 얘기를 합니다. 어디서인가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이 ‘어혈’이라는 단어는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물질 자체 일수도 있고, 혈액 순환 장애 그 자체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자궁에 어혈이 있다는 말은 자궁의 혈액순환이 안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지요.

 

어혈을 풀어주는 약재들은 많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도인’과 ‘목단피’라는 두 약재를 선호합니다. 다른 약재와 섞어 쓰기 편하고 시호와 함께 쓸 때도 서로의 약리작용에 거부감이 없습니다. 한방에서 자궁근종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제로 ‘계지복령환’이 있는데 이 방제에도 ‘도인’과 ‘목단피’가 들어가 있습니다. 사실 이 두 약재는 우리에게 친숙한 나무와 꽃에서 왔습니다. 도인은 복숭아의 씨앗이고 목단피는 모란의 뿌리 껍질이지요. 자궁의 혈액 순환뿐만 아니라 각종 어혈질환에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하여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Janey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시호’와 자궁의 혈액순환을 개선시켜주는 ‘도인’과 ‘목단피’를 주 약재로 하는 방제로 치료를 완료했습니다. 스트레스만 푼다고 생리통이 해결되지 않고 자궁의 혈액 순환만 좋게 한다고 해서 통증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 둘을 같이 연결해서 사고하고 함께 치료할 수 있는 약재를 구성해서 처방할 때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지요

 

한의학과 함께 언제나 몸 건강, 마음 건강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