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캐나다인 여성이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아이가 좀 아파서 오랫동안 간호를 하고 있는데 며칠 전 아침에 눈을 뜨니 갑자기 본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땀이 나면서 어마어마한 불안감이 엄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후에 들어서니 증상이 좀 나아지고 저녁이 되니 많이 괜찮아졌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또 그렇게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사를 만났더니 ‘공황장애’라며 약을 먹으라고 하는데 한번 먹으면 계속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일단 자연요법으로 치료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환자는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땀이 나고, 근육의 떨림이 있고, 가슴이 답답하며 통증이 있고, 얼굴에 갑자기 열이 오르고 붉어지고, 속이 메스껍고, 갑자기 미칠 것 같이 두렵다고 하는 공황장애의 일반적인 증상을 거의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끔 본인이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물어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 같은 증상이 4가지 이상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 환자는 공황장애의 진단을 이미 받아왔고 저에게는 이제 어떻게 치료할지의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한의학으로 공황장애를 어떻게 치료할까?
한의학으로 이 숙제를 푸는 첫 번째 준비는 환자의 몸이 말해주는 제반 증상들을 모두 파악하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환자는 추위도 타고 더위도 탔습니다. 평소에도 긴장하면 얼굴로 열이 자주 달아올랐고 땀이 잘 났습니다. 입이 자주 마르고 가끔 쓴맛을 느꼈습니다. 소화에 문제가 많았고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입맛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변비로 자주 고생을 했고 소변을 자주 봤습니다. 한숨을 자주 쉬었고, 가슴이 답답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끔 잠을 못 자고 평소에 뒷목과 어깨가 뻐근하고 결렸습니다. 눈이 쉽게 피로하고 어질어질할 때가 많다고 하였습니다.
한의사가 진단을 내리고 치료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이런 증상들이 중요합니다. 흉부의 흐름이 막힌 것을 풀어줄 ‘시호’라는 약재를 떠올릴 수 있고, 막힌 변비를 뚫어줄 ‘대황’을 선택하고, 근육이 제어되지 못하고 떨려오는 것을 보고 ‘복령’을 사용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가 계속 쌓여 교감신경이 항진된 것을 제어해 주고 위장관의 정체를 풀어 소화 문제를 해결하고 대변을 보게 해준다면 이 환자의 정신적인 문제도 해결된다는 것이 파악됩니다. 공황장애는 우리 몸의 항상성이 무너진 마지막 결과이기에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다시 몸의 항상성을 복구합니다. 이것이 바로 한의학적 치료방법론입니다.
따라서 소화 문제가 함께 있는 공황장애, 소변의 문제가 있는 공황 장애, 대변의 문제가 있는 공황장애들은 한의사에게는 전혀 다른 공황장애의 종류 들입니다. 똑같은 공황장애인데 어떤 환자의 문제는 너무나 쉽게 해결하고 어떤 환자는 고전을 면치 못할 때도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환자는 열흘의 한약 치료와 다섯 번의 침 치료로 모든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다행히 공황발작이 시작된 지 며칠 되지 않았던 환자라 치료 기간도 무척 짧았습니다. 병이 오래되면 치료 기간도 그만큼 길어지게 마련입니다. 아이를 치료하며 오랫동안 쌓여 왔던 스트레스에 교감신경이 지속적으로 항진되어 갑작스럽게 나타난 케이스였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공황장애를 설명하는데 빠뜨릴 수 없는 이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환절기에 언제나 몸 건강, 마음 건강 하시기를.
당신의 밴쿠버 한방 주치의 대표원장 나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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