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나병진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공황장애’, 한의학으로도 치료하나요?

 

30대 중반의 캐나다 여성이 한의원을 찾아 왔습니다. 한달 전 담낭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 심각한 공황장애에 시달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얼굴에 열이 달아 오르며 땀이 나면서 죽을것 같다는 공포가 느껴진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심장에 문제가 생긴줄 알고 패밀리 닥터를 통해 온갖 심장 검사를 다 받아 봤는데 심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답니다.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도 않고 직장도 집안일도 다 무난해서 정신적인 문제도 아닌것 같은데 어찌할지 모르고 방법을 찾다 제 웹사이트를 보고 병원을 방문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블로그에 한의학과 정신질환에 대한 글을 올린걸 봤던 모양이었습니다.

 

증상을 좀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니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 설명을 해도 다들 잘 이해를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괜찮으니 한번 가능한 자세히 묘사해 달라는 부탁에 환자는 무언가 아랫배 쪽에서 솟구쳐 올라 심장을 때리는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환자는 아드레날린이 과도하게 분비되서 어떤 에너지 올라오는것 같다는 자기 해석을 덧붙였습니다. 환자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고 보통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증상이긴 하지만 한의학으로는 ‘분돈(奔豚)’이라는 증세 입니다. 풀어 말하자면 ‘돼지가 뛰어 오르는것 같이 느껴 진다’는 증세입니다. 단독으로 이름까지 붙여져 있는데 처방이 없을리가 없지요. 복령과 계지등의 약재를 조합해서 한달 반 정도의 기간을 두고 치료하여 결국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환자도 저도 만족한 임상 사례지만 우리의 질문은 여기서 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한의학은 어떻게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일까요?’ 먼저 먼저 서양의학이 어떻게 정신질환에 접근하고 치료하는지 살펴보지요. 서양의학에서 정신은 철저하게 뇌의 문제입니다. 인간의 감정과 사고, 의식은 뇌 신경세포들이 40-50종의 신경 전달 물질을 이용해 신호를 주고 받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도파민,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노르아드레날린,  두 물질을 조절해 평온함을 느끼게 해주는 세로토닌등이 바로 주요한 신경 전달 물질들이지요. 따라서 정신질환은 이 신경전달물질들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있는 것이며 치료 또한 이들을 정상화 시키는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고 명쾌해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뇌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1천억개의 신경세포와 신경섬유의 복잡 다단한 네트워크를 이해하기에 현대의학은 아직도 너무 많이 부족한게 많습니다. 완벽하게 이해는 하지 못했으나 치료는 해야하니 약을 만들었습니다.  제대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아직은 부작용이 너무 심합니다. 대부분의 정신과 환자들은 신경정신과 약을 끊는것을 최고의 목표로 두고 있지요.

 

한의학의 접근방법은 이와는 전혀 다릅니다. 실례로 제가 썼던 처방의 주약재 중의 하나인 계지(수정과에 넣는 그 계피입니다)를 약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뇌에 직접적으로 접근한다는 개념 자체가 한의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신 한의학은 뇌를 둘러싼 환경을 보고 치료를 시작합니다. 제가 환자들에게 꼭 작성하게 하는 질문지에는 한열, 땀, 목마름, 소화, 대변, 소변, 가슴부위증상,수면, 체력, 성격, 생리등을 체크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몸은 환자가 호소하는 주증상 말고도 다른 보조 증상들을 반드시 가지고 있게 마련이고. 특히나 정신 질환은 다른 신체적 증상으로 정신질환의 특징을 분별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신체적 증상을 치료함으로써 정신적 증상까지도 치료가 가능한 것이지요.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공황장애의 환자들은 많은 경우 목마름과 소변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거꾸로 목마름과 소변을 치료해 내면 공황장애도 함께 치료가 된다고 보는 것이지요.

 

결국 한의학은 뇌에 문제가 있으니 뇌를 직접 치료하려는 시도 대신 인체 전체를 조정하여 뇌의 작용을 변화시키려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전체를 볼 줄 아는 관점이 있었기에 가능한 치료 방식입니다. 치료율도 좋고 부작용도 중독성도 비교할수 없을 만큼 덜하지요. 다른 접근법은 다른 해결책을 가져옵니다.  21세기에 여전히 한의학이 주목을 받는 이유일것입니다.